AI 기반, 원초적인 운동으로 회귀
수면 관광 인기
수면 관광 인기
260명 가량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매거진 「포브스」의 기사 ‘2024년에 시도해야 할 10가지 웰니스 트렌드(10 Wellness Trends You Have To Try In 2024)에 따르면 전문가들 대부분이 웰니스군에서 AI의 부상을 꼽고 있다.
AI가 다른 분야뿐 아니라 우리의 영양 및 피트니스 루틴에 대한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사에 따르면 ‘미주신경 자극(Vagus Nerve Stimulation) 해시태그도 틱톡에서 5,500만회 이상 클릭됐다. 또한 수면에 초점을 맞춘 스파 트리트먼트의 높은 인기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심호흡, 웃음 등이 미주신경을 자극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내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양 손, 양 발이 저린 거다. 전기적 자극이 충만하다 못해 일종의 마비가 올 만큼 저릿했다. 심지어 구름 위를 걷는마냥 휘청거리기도 한다. 세수를 할 때면 비누 거품을 묻힌 내 양 손은 마치 스폰지처럼 야릇한 감각을 전한다. 병원 검사를 해보니 크게 이상은 없다고, 일시적이니 약을 복용하라고 했다. 한의원에도 갔다. 침도 맞고 이런저런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증상이 발현한 지 딱 6일째다. 최고조에 달했을 때보다는 나아진 듯하지만 여전히 손끝의 감각은 무디다.그래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양산해내는 오타의 확률은 확 줄었다. 이전에는 한 단어를 치고 지우고 다시 쳐야 할 정도로 감각 둔화 현상이 심했었다. 병원에서는 내가 30년 만에 실천한 금연에 의한 금단 증상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간 내 몸에 얼마나 나쁜 독소들이 쌓여 있었으면 그랬을까. 앞서 말한 증상을 겪고 나니 건강하게 잘 사는 웰니스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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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에 따르면 인체의 뇌신경은 총 12쌍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중 10번째이자 운동, 지각, 자율 신경 섬유를 가지고 있는 것을 ‘미주 신경(Vagus Nerve)이라 부른다. 포브스가 소개한 첫 번째 웰니스 트렌드는 바로 이 ‘미주 신경 자극(Vagus Nerve Stimulation)이다.심호흡, 마음 챙김, 웃음 등의 간단한 행위로도 미주 신경을 자극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몸을 진정시키거나 평온하게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요가와 명상, 심지어 흥얼거리거나 웃는 것을 통해서도 실천할 수 있다.
수면 관광 & 후천적 식습관의 중요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발이 저려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사의 질문 중 하나는 잠은 잘 자요?”였다. 최근 나는 수면장애를 겪었다. 교감 신경의 수치가 부교감 신경의 수치보다 월등히 높은 내 상태에 대해 의사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서 ‘항상 엔진이 켜진 상태라고 말했다. 일단 잘 자야한다. 포브스에서 밝힌 웰니스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수면 관광(Sleep Tourism)이었다.스파, 마사지 등과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베딩 시스템을 갖춘 숙박 등 잘 자고 잘 쉬는 것에 초점을 맞춘 여행 상품도 많아지고 있다. 수면 관광은 어쩌면 올해 여행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대놓고 상품화되기보다는 여러 상품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대중적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장수촌으로 유명한 오키나와의 스나야마(Sunayama) 비치
세 번째 웰니스 트렌드가 될 ‘블루존 다이어트(Blue Zone Diets)는 전 세계 장수촌 사람들의 공통된 식습관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존의 개념을 정립한 저널리스트 댄 뷰트너는 평균 수명이 긴 지구촌 5대 장수 지역 (블루존)을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일본 의 오키나와, 코스타리카 니코야, 그리스 이카리아, 캘리포리나 로마 린다로 정의했다.블루존 다이어트는 유전적 인자보다는 후천적 식습관의 비중이 인간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위 5 개 지역의 특성을 파악한 여러 가지 다이어트 규칙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장수촌 오키나와 노인들처럼 80% 정도 배가 찼을 때 식사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2024 웰니스 트렌드
네 번째 웰니스 트렌드는 ‘몰입형 ASMR(Immersive ASMR)이다. 우리에게 ASMR은 주로 먹방 콘텐츠에서 활용되어온 사운드적인 자극이다. 사전적으로 ‘자율 감각 쾌락 반응으로 정의되는 ASMR의 경험은 일반적으로 화면을 보고 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더 진보된 ASMR은 웨어러블 기술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흔히 증강 및 가상 현실 고글 등 기타의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는 게임 산업에서 가장 활발하게 개발 적용되어 왔다. 이와 같은 기기들은 몰입형 ASMR의 경험도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더 진보된 기술과 결합된 ASMR이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먹방 유튜브의 화면과 소리를 들으며 미주신경 자극을 경험한 구독자들은 이제 더 진보된 기기가 생산한 몰입형 ASMR을 통해 극대화된 신경 자극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현재까지만 봐도, 인공지능(AI)이 인류의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현재에 맞는 결과값을 추출해 내기 때문이다. 이런 AI는 인체의 건강 분석 및 관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AI와 웰니스 트렌드 사이의 관계를 ‘AI 기반 정밀 영양(AI-Powered Precision Nutrition)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2024년 다섯 번째 웰니스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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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영양은 개인의 건강과 식습관 이력을 평가하여 사람들이 최적의 건강과 질병 예방을 위해 무엇을 먹어야 할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식단 이력, 지속적인 영양분 모니터, 생물학적 지표와 수많은 입력 값으로부터 생성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은 AI를 통해서만 수행할 수 있다.그리고 이렇게 수행된 결과치는 개인 수준을 벗어나 훨씬 더 구체적인 영양 권장 사항을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이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는 최고의 음식 외에도 식습관 패턴 및 보충제까지 스스로의 신체에 필요한 정밀 영양 지표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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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의 첫 단계, 스스로의 의지 부여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올해의 웰니스 트렌드로 ‘주기 동기화 (Cycle Syncing), ‘러킹(Rucking) 등을 꼽기도 했다. 주기 동기화는 여성에게 더 밀접한 트렌드로, 건강과 생활 습관을 생리 주기에 연결하는 실천을 말한다. 주기 동기화를 통해 여성은 고통스러운 경련, 낮은 에너지, 부기와 같은 경고 표시를 무시하는 대신, 자신의 주기와 호르몬, 기분, 스트레스 등을 연결하여 그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통찰력과 지식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 웰니스 트렌드로는 ‘러킹(Rucking)을 들 수 있겠다. 전문가들을 ‘러킹, 즉 무거운 짐을 들고 걷기가 웰니스 트렌드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 육군 신병 테스트 중 하나인 배낭 행군 ‘럭(ruck)에서 유래한 러킹은 배낭에 체중의 10~20%에 해당하는 물통이나 모래 주머니 등을 넣어 걷 는 운동으로, 근력과 심폐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운동이다.최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각광받은 러킹은 걷기보다 30~40%보 다 더 높은 운동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걷기를 넘어 다양한 신체와 부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다 보니 더 낮고, 더 접근하기 쉬운 무게에서 시작해 지구력 향상, 심장 건강 개선, 칼로리 소모 등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 러킹은 팬데믹으로 인해 다시금 주목받는 트렌드가 된 셈이다.
지금까지 대략 7개의 웰니스 트렌드 용어에 대해 살펴보았다. 고속 발전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즉 AI의 분석 결과에 힘입어, 사람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가로막혀 있던 ‘원초적인 운동으로 회귀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마음의 평온을 찾고, 질 좋은 수면을 누리고, 먹는 양을 통제하고, 더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여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는 데이터를 찾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손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해 올해의 트렌드 용어를 콕 집어 들고, 실천해보길 바란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및 일러스트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