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통령실, 채해병 사건 회수 당일 국방부에 정책보고서 요구 정황
입력 2024-05-09 10:41  | 수정 2024-05-09 11:00
지난 29일, 조사를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서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 사진=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기록이 경찰에서 회수된 날 대통령실이 국방부에 개정 군사법원법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정황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은 범죄 혐의점이 있는 군대 사망 사건을 민간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근거 법률입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친 공수처 조사에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 내용이 군 사법 정책에 관한 것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유 관리관은 이 전 비서관이 군사법원법 개정에 관한 보고서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수처는 앞서 국방부 검찰단이 경찰로부터 해병대 수사단 사건 기록을 회수한 지난해 8월 2일 오후 유 관리관이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유 관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당시 대화 내용을 집중적으로 추궁해 이런 진술을 받은 것입니다.

다만 유 관리관은 당시 대화 내용이 채상병 사건을 특정하지 않은 일반적인 군 사법 정책 논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당시 채상병 사건 이첩·회수가 급박하게 이뤄지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해당 조치의 근거 법률에 대한 보고서를 요구한 것 자체가 의심스러운 관여 정황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공수처는 실제 보고서 내용을 비롯한 객관적인 증거 등을 통해 유 관리관의 진술 신빙성을 따져볼 계획입니다.

유 관리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채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기 전 개정 군사법원법 취지상 혐의자, 죄명을 빼고 경찰에 이첩할 수도 있다며 여러 차례 외압을 가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찰 이첩 자료 회수를 사전에 경찰과 협의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7월 채상병이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숨지자 초동 조사를 벌여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채상병 순직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하고 같은 해 8월 2일 사건 기록 일체를 경북경찰청에 넘겼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이 이첩 보류 명령을 어겼다고 보고 항명 사건의 증거물인 사건 기록을 당일 바로 회수했습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기록을 재검토해 경찰에 이첩하면서 대대장 2명으로 혐의자를 줄였습니다. 임 사단장 등 4명은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며 사실관계만 적시했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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