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창용 한은 총재 "세 가지가 달라져"...금리 인하 시기 재검토 시사
입력 2024-05-03 11:31  | 수정 2024-05-03 13:2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조지아 트빌리시) / 사진 = 한국은행
"4월 금통위, 5월 금통위 근거 되기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시점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 총재는 현지시간 2일 저녁, 한국 기자단과 만나 "4월 이후 3가지 전제가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과 달라진 3가지는 ▲미국 금리 인하 지연 ▲1분기 국내 GDP 서프라이즈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총재는 "4월 통방(통화정책방향 회의)만해도 올해 하반기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는데, 미국 경제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인하 시점이 뒤로 밀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하 시점이) 9월이냐 12월이냐, 올해 몇 번이냐는 세세한 부분이고 앞으로 미국 데이터에 따라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움직인다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표현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가 사실상 연내도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미국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지만, 이 총재는 "4월 통방이 5월 통방의 근거가 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한국의 1분기 'GDP 서프라이즈'도 통화정책방향 변경의 근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재는 "내수가 생각보다 좋게 나와 우리가 뭘 놓쳤는지, 일시적인 현상인지 등을 점검해 통화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분기 GDP가 1.3%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률을 보여주는 등 경제가 성장세를 보일 때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GDP 서프라이즈에 이유에 대해서 이 총재는 "아직 모르겠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어디에서 예상보다 크게 차이가 났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중동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도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며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유가와 환율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이같은 불확실성을 한은 통화정책방향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총재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5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이 금리 인하 시점 등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는 23일 예정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는 김종화, 이수형 금통위원이 새롭게 합류합니다.

일각에선 금통위에 비둘기파가 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 총재는 김종화 위원에 대해 "한은에 오래 계셨다"며 "성격도 온화한 분이시고 협의를 잘하시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수형 위원에 대해선 "제 학생이었고 잘 아는데, 왜 비둘기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전했습니다.

[ 김태형 기자 flas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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