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ovie] 영화 ‘여행자의 필요’
입력 2024-05-02 18:24 
(사진 ㈜콘텐츠판다)
귀엽고 당혹스러운 막걸리 여행자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협업 작품인 ‘여행자의 필요는 홍상수 감독의 31번째 장편 신작이기도 하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막걸리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프랑스 여자의 코믹 로드무비처럼 느껴진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이리스(이자벨 위페르)가 서울의 한 근린공원에서 리코더를 열심히 불고 있다. 공원을 걷던 ‘인국(하성국)은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시를 쓰며 살아가는 자신을 독려하고, 삶을 탐험하는 그녀의 진지한 태도에 반한다. 집으로 이리스를 데려간 그는 ‘돈도 없고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는 그녀에게 불어를 가르쳐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두 명의 한국 여자들의 프랑스어 선생이 된 그녀는 그의 집에 머무르며, 프랑스어 과외로 돈을 벌어온다. 맨발로 땅을 걷는 것을 좋아하고, 돌에 누워 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는 매일 막걸리에 의존하며 조금의 편안함을 얻는다. 그러나 갑자기 들이닥친 남자의 엄마 때문에 평화로운 삶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여행자의 필요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 홍상수 감독은 ‘도망친 여자, 인트로덕션, 소설가의 영화, 물안에서에 이어 베를린영화제 5년 연속 초청 기록을 세웠다. 코믹하지만 당혹스럽고, 미묘하지만 조금은 불편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홍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극 속에서 잘 드러낸다.
(사진 ㈜콘텐츠판다)
2012년 작 ‘다른나라에서와 2017년 작 ‘클레어의 카메라에 이어 세 번째 작업을 함께 한 이자벨 위페르가 주인공 역을 맡았고, ‘그 후, ‘당신얼굴 앞에서, ‘소설가의 영화, ‘탑 등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에서 같이 작업했던 배우 이혜영, 권해효, 조윤희와 ‘물안에서, ‘우리의 하루 등에 출연했던 배우 하성국, 김승윤 등도 합류했다.
주인공 이리스는 다소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낸다. 그리고 익숙한 세계에 낯선 질문을 던지는 여행자의 등장은 주인공들의 일상을 새로운 ‘여행으로 만든다. 이리스 역의 이자벨 위페르는, 사랑스럽게 모자란 듯 보이는, 무심한 듯 보이는 연기가 영화의 진행에 편안한 친숙함의 장막을 제공한다”(-「버라이어티」지)라는 리뷰가 딱 들어맞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가 독특한 걸음걸이로 빌라 옥상 위를 걷고, 낮술로 산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만 봐도 행복해지는 영화다.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삶을 여행하며 언어의 간극을 넘어보라고 말한 다. 러닝타임 90분.
(사진 ㈜콘텐츠판다)
[ 최재민 사진 ㈜콘텐츠판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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