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희망고문법'된 중대재해법…사고 나면 멈추는 유족의 시간
입력 2024-04-22 19:00  | 수정 2024-04-23 14:51
【 앵커멘트 】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의무를 유도하겠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째를 맞았습니다.
중대재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됐는가는 불분명한 반면에, 유가족에겐 진상규명조차 할 수 없도록 가로막는 부작용은 커지고 있었습니다.
중대재해법, 이대로 괜찮은 건지 김민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에서 50대 여성이 경비원들에게 끌려나옵니다.

설연휴의 마지막날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인 남편 현 모 씨가 작업장에서 숨진 뒤부터 이런 고초는 아내의 일상이 됐습니다.

▶ 스탠딩 : 김민수 / 기자
- "숨진 근로자 현 씨의 아내는 빈소가 있는 병원에서 길 건너 현대중공업 본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반복했습니다."

남편의 시신을 안치한 채로 아내는 빈소를 집삼아 진상규명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 씨의 아들은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한 달째 빈소에서 재택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현 씨 아들
- "저희 어머니 혼자 계시는 게 심적으로 부담되기도 하고 (건강에) 위험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사고는 지난 2월 12일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상층 구조물의 블록이 주저앉아 발생한 것으로 현재까지 조사됐습니다.

당시 현장을 비추는 CCTV가 있었지만 현대중공업노조는 제한적인 열람만 할 수 있었고 유가족은 불가능했습니다.

▶ 인터뷰 : 김경택 / 현대중공업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
- "중대재해가 나고 안전사고가 났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보고자 하는 영상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이처럼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유가족은 모든 정보가 차단된 채 사건이 잘 해결되길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너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해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로선 안전예방이나 피해회복보다 처벌 회피가 우선이기 십상입니다.

▶ 인터뷰(☎) : 이정희 /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징벌을 피하려고 하는 이런 노력이 너무 커지면 실질적인 어떤 그런 근로자의 어떤 그런 안전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도리어 좀 부족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의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오늘(22일)도 조선업계 안전문화 확산 행사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업 부문의 통계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아서, 자율규제가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취지는 퇴색하고, 피해 회복은 더욱 까다롭게 만든 채 중대재해법은 표류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민수입니다.
[ smiledream@mk.co.kr ]

영상취재 : 이동학 기자 강준혁 VJ
영상편집 : 김혜영
그 래 픽 : 박경희 이은지

#MBN #중대재해법 #고용노동부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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