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법원 앞 '분신 소동' 생중계한 CNN...누리꾼 '갑론을박'
입력 2024-04-22 09:19  | 수정 2024-04-22 09:32
뉴욕 법원 앞 분신 소동 당시 사진=연합뉴스
CNN, 트럼프 재판 도중 카메라 안돌린 채 "살 타는 냄새 난다" 등 묘사
"자살 현장 생중계해도 되나" 비판…"돌발 상황 침착 전달" 호평도

미국 간판 언론사인 CNN 방송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 도중 법원 밖에서 벌어진 분신 현장을 생중계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난 20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CNN 뉴스 진행자 로라 코츠가 뉴욕 법원 근처에서 생중계로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전문가 인터뷰를 하던 중 한 남성이 음모론이 적힌 전단을 허공에 뿌린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다급하게 전문가 인터뷰를 중단한 코츠는 그대로 돌발 상황을 상세히 생중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해 "총기 난사범이 법원 밖 공원에 있다"고 설명했으나, 분신 사건을 알아채고는 "한 남자가 법원 밖에서 지금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CNN의 중계 카메라는 공원 벤치 위에서 불길에 휩싸인 남성의 모습을 생중계했습니다.

화면이 나가는 동안 코츠는 "우리는 지금 그의 몸 주변에서 불이 여러 차례 붙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곳은 혼돈의 상황이다. 살이 타는 냄새, (분신에) 사용된 어떤 물질이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며 약 2분간 쉬지 않고 현장을 묘사했습니다.

수분 동안 불에 탄 이 남성은 불이 꺼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밤 끝내 사망했다.

소동을 벌인 남성은 플로리다 출신의 30대 남성 '맥스 아자렐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밤 사망했습니다.

NYT는 아자렐로의 SNS 게시물과 체포 기록 등을 봤을 때 그가 특정 정당에 소속된 것은 아니며, 2022년 어머니의 죽음 이후 심해진 편집증과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분신 자살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 법원 앞 분신 소동이 일어난 후 현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대낮에 도심 한가운데에서 벌어진 분신 자살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된 CNN의 보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NYT는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방송사들도 사건을 즉시 보도했으나 CNN의 보도는 그중 가장 극적이고 적나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함께 현장을 중계하던 폭스뉴스는 분신 사건임이 파악되자 즉시 카메라를 돌렸으며 진행자는 시청자들에게 "이 장면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CNN 진행자인 코츠가 처음에 이 남성을 '총기 난사범'으로 잘못 묘사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습니다.

전직 MSNBC 앵커이자 정치평론가인 키스 올버먼은 이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혼란스럽고 충격적인 상황에서 여러 실수가 있었다"며 CNN이 "자살 시도를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코츠의 생중계 이후 CNN은 프로듀서들에게 앞서 나간 생방송 장면을 재방송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부 지침을 전달했으나, 보도에 대한 NYT의 질문에는 답변을 거절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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