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알려지면 좋을 것 없다"...갑질 시달리는 아파트 경비원
입력 2024-04-21 13:36  | 수정 2024-04-21 13:46
'경비원 극단선택' 강남 아파트서 1주기 추모 기자회견 / 사진=연합뉴스
직장갑질 119 "단기계약 근절·용역회사 변경시 고용승계 필요"

지난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을 호소하며 사망한 지 400여 일이 지났지만, 경비원들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이번 해 4월 15일까지 들어온 이메일 상담 중 아파트 등 시설에서 일하는 경비, 보안, 시설관리,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상담이 47건이라고 오늘(21일) 밝혔습니다.

대부분 관리소장, 입주민, 용역회사 직원들에 의해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주요 사례를 보면, 한 경비원은 "관리소장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사적인 지시로 분리 조치를 요구했지만, 진전이 없어 노동청에 진정했다. 그러나 증거를 제출했지만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됐고, 회사는 계약만료를 통보했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경비원은 "안내를 제대로 못 한다고 동대표 감사가 수시로 욕설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근로계약서가 2개월짜리인데, 아무 문제 없는 건가요?"라고도 물었습니다.

경비원 대부분은 초단기 계약을 맺는 탓에 갑질에 더 취약합니다.

2019년 발간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비원 94%가 1년 이하의 단기 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3개월 계약도 21.7%에 달했습니다.

또 '원청 갑질'의 문제로 괴로워하는 경비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여성 미화원은 "미화반장이 성추행을 수십차례 해 본사에 알렸지만, '알려지면 여사님도 좋을 것 없다'며 가해자를 해고할 테니 저도 퇴사하라는 요구가 왔다"고 털어놨습니다.

직장갑질119 임득균 노무사는 "다단계용역 계약 구조에서 경비노동자들은 갑질에 쉽게 노출된다"며 근로기준법 직장 내 괴롭힘의 범위를 확대하고, 단기 계약 근절·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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