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오를 일만 남았나'...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 고심
입력 2024-04-14 09:26 
사진=연합뉴스 자료
5월 1일자 천연가스 공급비 조정…가스수요 적은 여름철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
'전기요금 현실화' 거론해온 정부…물가·경기 등 종합 고려할듯
사실상 4·10 총선 때문에 논의가 미뤄졌던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부문 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 국제연료 가격,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와 시기 등을 판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력·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도시가스 요금의 경우 다음 달 1일자로 공급비 조정에 들어갑니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공급비로 구성됩니다.

원료비는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를, 공급비는 가스공사 등 공급업자의 제조시설·배관 등에 대한 투자·보수 회수액을 의미합니다.


이 가운데 공급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천연가스 공급비 조정기준 관련 고시에 따라 매년 5월 1일 조정하게 돼 있습니다.

원료비는 짝수달 중순까지 정산해 제출하면 홀수달 1일자로 조정됩니다.

따라서 절차상 산업부가 공급비 조정 시 '인상'을 결정하면 정부 내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오를 수 있습니다.

정부와 에너지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5월 이후 동결해온 가스요금의 인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지난해 말 13조 7천억 원으로 불어난 상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손해를 일종의 '외상값'으로 장부에 기록해 둔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가스 가격이 폭등했지만, 이를 판매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현재는 가스공사가 가스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입니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순손실은 연결 기준 7천474억원으로, 미수금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금 원가보상률이 78% 수준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도 정부의 고민거리입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약 40% 올렸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물가 상승 및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담 등을 감안해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적자가 누적돼온 탓에 한전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202조원에 달합니다.

한전은 그동안 한전채 발행 등으로 재정난을 틀어막았지만,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요원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따라서 정부는 '전기요금 현실화' 필요성을 줄곧 거론해왔는데, 결국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전기요금과 관련해 "계속 현실화하는 과정에 있다"며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 할지의 문제인데, 올해도 상황을 봐서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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