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라서 믿었다"…보이스피싱에 309만원 뜯긴 식당

군인 사칭한 보이스피싱
군부대 인근 식당 노린 범행
과일값까지 요구…공문서 보고 믿어

군 간부를 사칭한 남성이 군인 단체 식사 예약을 미끼로 돈을 뜯어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늘(1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북 장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지난 4일 남성 B씨로터 단체 주문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B씨는 자신을 육군 행정보급관이라 소개하며 "군인 50명이 먹을 닭백숙을 6일 오후까지 포장해 달라"고 했습니다.

값으로 따지면 96만원 상당이나 되는 주문이었습니다.

A씨는 전화 속 B씨의 말투가 누가 봐도 군대에서 관행적으로 쓰는 '다나까' 말투였다고 했습니다. 으레 걸려 오는 단체 주문 전화여서 A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B씨는 다음 날 오전 다시 음식점으로 전화를 걸어 "과수원에 과일 대금 300만원도 대신 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놀란 A씨는 "금액이 커서 부담된다"고 하자 B씨는 '장병 식사비 결재 공문에 과일값도 넣어야 한다. 그래야 돈이 한꺼번에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식당 다 해줬다. 부대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습니다.

군 사칭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내온 군부대 공문 / 사진=연합뉴스

B씨는 공문과 영수증도 보내왔습니다. 공문에 B씨를 비롯해 해당 부대 대대장과 중대장의 직인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과수원 대표라는 남성이 A씨에게 전화를 걸어 "309만원 상당의 배를 보내겠다. 돈을 송금해 달라"고 했습니다.

A씨는 과수원 대표라는 남성이 일러준 계좌로 309만원을 송금했고 '납품 확인서'까지 받았습니다.

이후 A씨는 휴대전화 송금 화면을 캡처하려고 했으나 기기를 다루는데 서툴러 인근의 은행으로 갔고, 은행 직원이 이를 수상하게 여겨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의심했습니다.

뒤늦게 지급 정지를 신청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고, B씨와 연락도 끊겼습니다.

또 이들이 보낸 공문과 납품확인서도 가짜였습니다.

이로 인해 A씨는 음식값과 과일값 등 400여만원 상당의 피해를 봤습니다.

A씨는 경찰에 고소장을 내고 추가 피해를 막고자 한국외식업중앙회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접수된 도내 의심 신고는 총 11건으로 파악됐습니다.

A씨 외에 비슷한 방법으로 260만원 상당의 피해를 본 식당도 있었습니다.

A씨는 "경찰도 군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라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