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 뮤지컬 배우 서경수…“‘일 테노레’,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작품”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IL TENORE)
‘윤이선 역 배우 서경수 너무 뜨거웠고, 아프고, 행복한 매력적인 작품”
2024년 5월19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일 테노레를 만나고, 제 행복의 폭이 넓어졌어요. 너무 행복해서 여한이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 ‘이인선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IL TENORE). 2023년 12월 첫선을 보인 이 극은, 어두운 시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찬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의대생 ‘윤이선 역을 맡은 배우 서경수는 이 작품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의 발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베어 더 뮤지컬에서 잘나가는 킹카 ‘제이슨, ‘데스노트 속 사과를 좋아하는 사신 ‘류크, ‘킹키부츠의 매혹적인 드랙퀸 ‘롤라 등, 개성과 매력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캐릭터들을 두루 섭렵해온 배우 서경수는 올해 데뷔 18년 차를 맞이한 간판급 뮤지컬 배우다. 2006년 19세의 나이에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앙상블로 데뷔한 그는, 이후 굵직한 캐릭터를 도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에서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의대생 ‘윤이선 역을 맡아, 오페라를 향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청년의 모습부터 세계적인 테너로서 무대에 오른 노년까지, 한 인물의 드라마틱한 일대기를 보여주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다 같이 호흡하고, 이 작품을 통해 하루하루 발전해나가는 기분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 첫선을 보인 후, 곧바로 3월부터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연장 공연이 시작되며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밝히며 연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지난 2일,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배우 서경수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경수 SEO KYUNG SU
뮤지컬: 일 테노레(23, 24), 벤허(23), 데스노트(22, 23), 킹키부츠(22), 썸씽로튼(21), 레드북(21), 위키드(21), 브로드웨이 42번가(20), 여신님이 보고 계셔(19), 그리스(19), 타이타닉(17), 시라노(17), 베어 더 뮤지컬(18, 16, 15), 넥스트 투 노멀(15, 13) 외 다수
연극: 생쥐와 인간(19)
수상: 2021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 2017 SACA(Stagetalk Audience Choice Awards) 남우조연상

뮤지컬 ‘일 테노레, 작고 완벽한 세상을 마주하다
윤이선의 사랑, 꿈, 발전…매 순간이 깊이 와 닿는 작품”

Q 뮤지컬 ‘일 테노레가 초연작인데 흥행했다. 곧바로 연장 공연까지 참여하게 된 소감이 어떤지.
행복할 따름이다. 똑같은 작품에, 똑같은 멤버들이 연장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다시 한번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감개무량하다.
Q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성악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저는 성악을 따로 배우지 않았습니다. 흉내를 내다 끝날 거예요라고 답했다.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서서 적극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기회를 주셨으니까 최선을 다해서 일단 도전해봐야겠다 싶어 레슨도 받고, 많이 고민해서 오디션을 봤다. 많이 부족한 것 같지만 어떤 가능성을 보고 선택을 해주셨다고 여겨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다. (성악은 못하지만, 대본을 보고 출연하고 싶었던 건가?) 성악은 어깨너머 배운 게 전부였다. 극중 윤이선으로서 성악을 공부하는 학도로, 또 오페라 배우로서 무대 위 연기를 해야 하는 임무를 해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발전의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강렬히 스쳤고, 지금도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Q 연습 과정에서 도움을 준 분들이 있는지.
굉장히 많다.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고, 무엇보다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뮤지컬 배우)김주택, 최재림, 고은성 배우…, 지금 같이 하고 있는 (윤이선 역의) 홍광호, 박은태 배우와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표현이나 호흡 부분 등을 많이 묻고 배우며, 다양한 정보들을 토대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일 테노레 공연사진(사진 오디컴퍼니(주))

Q 뮤지컬 ‘일 테노레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너무 따뜻하고, 뜨거웠고, 아팠고, 행복하다는 것. 음악적인 면에서도 현이 많아서 그런지 리듬보다 선율이 심장을 울렸다. 노래 연습을 먼저 하고 이후 리딩 작업을 시작했는데 졸도할 뻔했다. 너무 와 닿아서···. 서사적인 부분에서도 동료들과의 관계, 오페라를 만들어가는 과정, 피할 수 없는 운명 등 매 순간이 깊이 와 닿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일례로, 윤이선과 형의 관계라던가. 실제로 저희 형은 잘 있지만(웃음). 그리고 이선이의 사랑, 꿈꾸는 것, 점차 발전해나가는 모습 등이 와 닿았다.
Q 극중 오페라 공연을 ‘작고 완벽한 세상이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도 무대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게 될 거 같은데, 그 장면을 연기할 때는 어떤가.
가사나 선율 등이 ‘인간 서경수를 자극해서 울컥하곤 한다. 이선으로서도 그럴 수 있지만, (배우로서) 너무 젖어버리면 안 되는데···(웃음). 심장이 젖어버린다. 대사 하나하나가 시대적 상황과 직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사실 지금의 우리랑도 다르지 않다. 뮤지컬 무대라는 게 작으면 작고 크다면 크지만, 그 안에서 많은 관객이 오셔서 무언가를 느껴주시고, 감사하게도 다시금 와주시기도 하고, 여기저기 퍼뜨려주시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랑도 다르지 않은 기분이다.

국내 창작극 초연 호평, 이어진 연장 공연까지…
서로를 믿고, 모든 순간이 소중한 값진 작품”

(사진 오디컴퍼니(주))

Q 극이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연장 공연까지 이어가는 흥행 과정들이 드라마틱하다. 그 디벨롭 과정이 국내 창작극의 초연 배우들에게 어려웠을 텐데. 배우로서 책임감도 컸을 것 같다.
동료들과도 많이 이야기한다. 저희의 관점은 그랬다. ‘얼마나 찾아주시냐가 아니라 와주신 분들께 포커스를 맞추자. 관객분들이 많이 와주시면 좋지만, 우리 작품이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일념하에서 연습했다. 동료 배우들이나, 지인들도 극을 보러 와서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로 말을 건넬 때는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Q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가.
음···. 인간냄새 나는 작품. 심장을 울리는 작품이 좋은 것 같다. 좋은 동료들이 함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일 테노레 역시 모두가 온전히 서로를 믿고,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만 모여 있다 보니 더 값지게 느껴지고, 계속 함께 하고 싶은 것 같다.

‘일 테노레 공연사진(사진 오디컴퍼니(주))

Q 청년부터 노년까지 연기를 하는데, 캐릭터 연구에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노년의 윤이선을 연구할 땐 주로 주변 관찰을 많이 했다. 영화나 매체 등을 보거나, 주변 배우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그냥 흉내가 아닌,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계속 관찰과 상상을 통해 (연기의)살을 떼었다 붙였다 반복했다. 사람의 성대가 가장 늙게 늙는다고 하더라. 진짜로 와 닿을 수 있는 이런 부분들을 고민했다. 지금도 계속 관찰하고 발전하고 있다.
Q 윤이선은 노래를 잘하는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배역일 것 같다. 특히 오페라 장면의 클라이맥스는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러한 캐릭터를 접근할 때 배우로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 않나.
바로 그 부분인 것 같다. 노래의 피치, 성량, 액션 등 여러 가지 기술적인 부분들을 앞세우는 순간. 당연히 해내야 하지만, 의식이 그쪽으로 가 있으면 (그 장면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그 노래를 통해서 세월, 마음, 순간의 정서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장면을 연기하며 기술적인 부분의 성취감보다는, 무언가를 표현함으로써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느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Q 뮤지컬 ‘오 캐롤 ‘썸씽로튼 등에서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내성적인 윤이선과도 닮은 것처럼, 무대에서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보인다.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MBTI가 ‘I(내향적)와 ‘E(외향적)가 반반이다. 조용히 사색을 즐기거나, 진중한 면도 생각보다 많다. 그런 특징들이 대조적으로 있다 보니 그를 극대화해 무대에서 표현하려 한다. 윤이선을 연기하는 모습도 제 안에 있는 부분들이다. 그의 선한 면모를 표현하기 위해 평소 친구들이랑도 욕도 안 하고 있다(웃음). 윤이선은 욕을 안 할 것 같아서. 일상에서도 녹아들려고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작위적이지 않고, 진짜의 순간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거기에 해를 가하지 않게끔 표현의 정도나 선택 등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Q 극중 의대생 윤이선이 시험을 보는 장면에서 가창력 좋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소리가 뚫고 나올 때 연습량이 느껴졌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발전이 더뎌서 많이 힘들었다. 제 기준에서 소리가 건강하지 못하고, 스스로 기만하는 듯한 느낌이 들면 못 하는 타입이다. 연기적으로만 진실되게 하면 된다는 건 합리화인 거 같고, 노래가 안 되면 연기에도 집중이 안 된다. 절실하니까 어떻게든 더 노력하게 된 것 같다. 계속 해나가다 보니 ‘조금은 좋아졌다는 순간들이 차츰차츰 쌓이며 (표현하고자 한)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Q 결과에 만족하는가.
아니다. 더 해야 한다, 계속. 만족을 하면 도태까진 아니어도 하강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만족하지 않고 채찍이 조금 아프더라도 계속 휘두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일 테노레 ‘윤이선 역의 뮤지컬 배우 서경수(사진 오디컴퍼니(주))

Q 지금 꿈이 있다면?
현재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세우면서 천천히 부지런히 걸어가고 싶다. 그리고 늘 동료들과 함께 하는 배우이고 싶다. 사람들끼리 부대끼는 작업이다 보니 무대 위에서 이기적인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동료들을 외롭게도 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그때 난 절대 동료를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내 눈앞의 상대방에게 중심을 두고 연기하지 않으면 진실된 순간이 생길 수 없다.
Q ‘일 테노레가 서경수 배우에게 더욱 의미 있는 작품으로 느껴진다. 이 작품 전후로 뮤지컬 배우로서 어떤 성장을 이룬 것인지 궁금하다.
‘일 테 노레를 만나서 무대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동료의 소중함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저에게 있어서 실질적인 능력치의 발전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스스로도 아직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발전해나갈 것이다. 또한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작품이다. 심플하게 정리해보면, 너무 좋다.(웃음)

뮤지컬 ‘일 테노레(IL TENORE)
일정: 2024년 3월29일~2024년 5월19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출연진: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 김지현, 박지연, 홍지희, 전재홍, 신성민, 최호중, 아드리아나 토메우(Adriana Tomeu), 브룩 프린스(Brooke Prince), 김준오, 김수영, 서재홍, 맹원태, 김지욱, 최새봄, 남궁혜인, 방보용, 김대식, 강경현, 김한비, 장희원, 박현선, 하수 연, 김보미, 박민혁 외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오디컴퍼니(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6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