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안식일 면접' 거부한 로스쿨 수험생…대법 "불합격 처분 부당" 최초 판단
입력 2024-04-04 14:17  | 수정 2024-04-04 14:20
대법원 전경. 사진 = 연합뉴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신자가 종교적인 이유에 따라 요청한 면접 일정 조정을 대학이 거부하고 불합격 처분을 내린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단은 재림교 신자의 시험 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입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재림교 신자 임 모 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학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 원심 판결을 오늘(4일) 확정했습니다.

임 씨는 2020년 10월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시험에 지원해 서류 평가에 합격했습니다. 전남대는 임 씨의 면접 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지정해 통보했는데, 임 씨는 자신이 재림교 신자여서 면접에 응시할 수 없다며 일정을 토요일 일몰 이후로 변경해 달라고 대학에 요청했습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해, 시험 응시를 비롯한 세속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남대는 임 씨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고, 임 씨가 면접에 응시하지 않자 불합격 처리했습니다. 당시 임 씨의 학사·공인영어·법학적성시험 점수는 최종 합격자 중 상위권이었습니다.

이에 임 씨는 "종교적 양심을 제한하지 않는 방법이 있는데도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임 씨가 패소했지만, 2심은 판단을 뒤집고 학교의 불합격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전남대가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면접 시간을 변경하더라도 그에 따라 제한되는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은 원고가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면접일시 변경을 거부한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해 위법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불합격 처분도 마찬가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통틀어 재림교 신자의 시험 일정 변경 청구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판결"이라며 "시험 일정 변경 요청을 거부하는 게 위법한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재림교 신자들은 토요일로 정해진 시험 일정을 변경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며 여러 차례 헌법소원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당초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 심리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다시 소부 사건으로 내려 오늘 판결했습니다.

[ 김한준 기자 / beremoth@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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