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공의 파업에 간호사 해외로 떠난다
입력 2024-04-01 10:10  | 수정 2024-04-01 10:19
사진=연합뉴스
높은 업무강도에 적은 보상…미국 간호사 시험 응시자 1년새 82%↑
"간호사에 대한 사회인식·노동환경 등 전반적 개선 필요"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간호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20년 이상 일해왔다는 한 간호사는 "1년에 10명 중 2∼3명은 그만둔다"며 "아예 다른 직업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 간호사로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간호사자격시험 주관기관인 NCSBN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NCSBN에 따르면, 미국 간호사 시험에 응시한 한국인 수는 2022년 1,816명에서 2023년 3,299명으로 81.7% 늘었습니다. 이 통계가 시험에 처음 응시한 이들을 집계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수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기준 650명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 간호사 시험을 치르는 한국인 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다 호주가 한국 간호사 면허를 호주 면허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최근 취업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호주 이민을 준비하는 간호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미국 간호사 시험 응시 통계 / 사진=NCSBN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간호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데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업무 강도가 증가한 탓도 있지만,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에서 간호사가 처한 현실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전해졌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정부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조 모 씨는 "지난해 간호법 제정 논의 당시에는 '의사 면허 업무를 침해한다'며 안 된다고 했던 것들이,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고스란히 간호사 일이 됐다"며 "필요에 따라 변하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보면서 여기를 더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대학병원 9년 차 간호사 박 모 씨는 중간 연차 이상 간호사 중에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진료보조(PA)나 수술보조(SA)로 차출되거나, 원치 않는 부서로 이동되면서 고통받는 동료가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간호학계에서는 간호사 노동환경 개선과 함께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희정 한림대 간호대학 교수는 "미국이나 호주는 간호사의 업무가 규정돼 있지만, 한국은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며 "간호법 제정으로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경희 전 계명대 간호대학 교수도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고도 국내 병원에 취직하지 않는 '장롱면허'도 많다"며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줄이고 임금 등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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