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독한 아버지 대신 생계비 벌려고"…20대 마약관리책 실형
입력 2024-03-31 10:11  | 수정 2024-03-31 10:25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이미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항소심, 집행유예 원심 깨고 징역 2년 6개월 선고
"취급한 마약 양 상당…큰돈 편하게 벌려고 범행"


위독한 아버지 대신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해 마약 범죄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주장한 2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5월 합성대마 약 10mL가 들어있는 카트리지 30개를 경기 화성 한 야산에 묻어 숨기고, 199개를 차량에 보관하는 등 마약을 소지·관리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범행 약 2개월 전 특정 장소에 숨겨진 마약을 다른 장소에 은닉하고, 텔레그램에서 만난 B씨에게 장소를 알려주면 수당을 받기로 하는 등 일명 '드랍퍼'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을 심리한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씨가 취급한 합성대마가 실제로 유통되지 않은 점,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등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취급한 대마의 양이 상당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취급한 것으로 분명히 확인된 합성대마의 양만 2,290mL에 이르고 가액은 3억 5천만 원"이라며 "피고인은 범행을 통해 1,990mL의 합성대마를 취급했고 이는 양형기준상 대량범에 해당한다. 그러나 원심은 범행이 대량범이 아닌 것처럼 범죄 유형을 잘못 선택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건강이 위독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의 생계비를 마련하려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의 아버지가 범행 당시에도 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범행의 주된 동기가 큰돈을 편하게 벌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합성대마가 실제로 판매·유통됐는지와는 별개로 마약을 관리·판매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해 형을 높였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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