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북한, 우크라전으로 '대박'…러시아산 연료·물자 넘쳐
입력 2024-03-30 16:41  | 수정 2024-03-30 16:45
연회 마치고 나온 김정은과 푸틴 / 사진=연합뉴스
유엔 전문가패널 종료…'괄목할 전환점' 진단
중러 제재준수 압박 약화…"북한 이미 노다지 터졌다"


대북 제재 위반 관련 행위를 감시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러시아의 거부권(비토)으로 불발돼 북한은 러시아라는 우군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이 안보위협에서 파트너로 바뀌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냉전시대에도 겪어본 적이 없는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전환점에 선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패널 활동 종료가 지난 2년간 전세계 핵확산 억제 노력이 급속히 악화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보도했습니다.

과거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보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과 함께 제재에 동참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 국무부에서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의 거부로 패널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을 두고 '괄목할 전환'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연구원은 "냉전 이후 대부분 기간 러시아와 미국, 중국은 특히 북한과 이란 등 핵확산 도전을 다루는 협력국이었다"며 "그들은 (버락 오바마 미 정부 시절) 이란과의 협상 기간 전적으로 미국과 유럽 편에 섰고, 2016∼2017년 '화염과 분노'(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초기) 기간에도 북한 문제에 도움을 줬다"고 했습니다.

이제 러시아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노골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과 부쩍 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 행사에 이어 제재를 위한 감시망까지 허물었습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는 탄약과 미사일 등 무기를 북한에서 받는 대가로 북한에 인공위성 등 우주 관련 첨단 기술을 이전한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와 2년 이상 전쟁 중인 러시아로서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규모 무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실제 패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러 밀착의 생생한 증거를 제공했습니다.

대북 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지난 20일 공개한 정례 보고서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보냄에 따라 얻는 엄청난 반대급부의 정황이 담겼습니다.

러시아 선박은 지난해 컨테이너를 싣고 북한항과 블라디보스토크에 꾸준히 오갔습니다.

NYT는 패널이 북러 간 선박 석유 운송에 대한 위성 이미지를 제작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에 어떻게 '노다지'(bonanza)가 터졌는지 보여준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연료를 비롯한 물자가 계속 넘쳐흐르도록 하는지 생생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패널은 대북 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각종 상황을 독립적으로 조사해 이를 공개하고 안보리나 유엔 회원국에 제재 이행 관련 권고 역할을 해왔습니다.

패널 활동 종료는 제재 그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으로서는 제재 위반의 숨통을 트게 되는 셈입니다.

대북제재의 구멍으로 여겨지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거래를 막을 압박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NYT는 러시아의 대북제재 감시망 해체는 대북 압박 완화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선 그동안 공들여온 러시아와의 관계가 성과를 보게 된 것으로, 향후 러시아를 통해 얻게 될 막대한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더욱 밀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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