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OOK] 『도쿄를 바꾼 빌딩들』 & 『낭비 없는 밤들』
입력 2024-03-29 21:16  | 수정 2024-03-29 21:18
박희윤 지음 / 북스톤 펴냄
빌딩에 콘텐츠를 채우니, 도시가 살아났다『도쿄를 바꾼 빌딩들』
실비아 플라스의 시가 탄생한 밤의 기록 『낭비 없는 밤들』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는 도시의 얼굴을 바꾸는 숨은 영웅들이다. 고유한 특성을 지닌 동네와 차별화된 콘텐츠, 넘치는 매력적인 장소들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도쿄를 대표하는 빌딩들에 숨겨진 이야기를 디벨로퍼의 시각에서 만나보는 책이다. 저자 박희윤은 롯폰기 힐즈로 유명한 모리빌딩에 최초의 한국인 직원으로 입사해 12년간 도시재생에 참여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HDC현대산업개발에서 한국형 디벨로퍼를 꿈꾸고 있다.
빌딩에 콘텐츠를 채우니, 도시가 살아났다『도쿄를 바꾼 빌딩들』
지금 현재 도쿄에서 꼭 가봐야 할 10개의 동네를 선정한 저자는 그 중심이 되는 빌딩과 함께 이들을 소개한다. 최고의 도시재생 플래그십인 도쿄 미드타운, 인터테인먼트 시티를 완성한 미야시타파크와 시부야 스트림, 아프라인 리테일에 새법을 제시한 후타고타마가와 다카시마야 쇼핑센터 등을 두루 분석한다.
뉴욕의 랜드마크가 된 ‘베슬과 허드슨 강변의 수상공원 ‘리틀 아일랜드.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은 이 건물들로 ‘우리 시대의 다빈치란 별명까지 얻었다. 그의 최신작은 전작 못지 않은 화제를 낳고 있다. 바로 도쿄 힐즈 시리즈의 완성이라 불리는 아자부다이 힐즈의 가로변 상업시설과 국제학교다. 물결치는 상업 건물과 정원이 어우러진 헤더윅의 이 독특한 걸작은 디벨로퍼인 모리빌딩이 제안한 새로운 도시모델과 도시의 미래에 감응해 탄생했다.
모리빌딩의 창업주 모리 미노루는 인구 감소와 경제문제, 폭염과 태풍 등 기후위기까지 지구를 괴롭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해법이 ‘도시임을 간파하고 동아시아 고밀도시에 맞는 ‘수직 녹원도시를 제안했다. 그 철학을 구현한 ‘힐즈의 1호가 1986년 아크 힐즈였고 거기서 진화한 롯폰기 힐즈가 2003년 탄생했다.
2023년의 아자부다이힐즈는 미래형 힐즈 모델이다. 일본 최고 높이 330m 타워 등의 규모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이 수직 도시를 채운 콘텐츠다. 르 코르뷔지에의 ‘빛나는 도시 이론에 영향받아 초고층 건축으로 도시 과밀문제를 해고하고 비워진 저층부는 시민을 위한 공원과 녹지로 채웠다.

24시간 복합도시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상업시설의 절반은 지하에 두고 오피스, 호텔, 주거, 문화시설로 도시 생활의 기쁨을 선사한다. 미디어아트 미술관에 팀랩의 전시가 열리고, 거대한 식품관이 헤더윅 디자인의 상업시설에 들어섰다. 모리빌딩은 이처럼 콘트리트 정글로 폄하되는 도시에 자연을 돌려주는 재개발도 있음을 입증했다.
저자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도쿄에 ‘제3의 도심이 탄생했음에 주목한다. 잠재력은 높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도라노몬에서 아자부다이를 거쳐 롯폰기에 이르는 도쿄 중심부가 새로운 도시모델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에도 시대부터 도심지였던 마루노우치와 니혼바시, 긴자가 역사적 콘텐츠를 기반으로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그 과정과 파급력을 살펴본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가 탄생한 밤의 기록 『낭비 없는 밤들』
실비아 플라스 지음 / 박선아 옮김
나는 침대에 홀로 누워 세계의 밑바닥에서 밀물처럼 기어 올라오는 시커먼 그림자를 느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고 남겨지지 않았다.” 국내 초역되는 단편과 산문(에세이)을 묶은 작품집으로, 실비아 플라스의 다채로운 글쓰기와 작가적 재능을 두루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실비아 플라스가 남긴 단편과 산문, 일기를 전 남편인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스가 엮어 출간한 『조니 패닉과 꿈의 성경 2판』(1979년)을 저본으로 한다. 국내판에서는 그의 분류를 해체하고 산문과 단편으로 구분하여 역연대순으로 작품을 배치했다.
독자는 실비아 플라스가 죽기 직전인 1963년의 산문에서 출발해 십대 후반에 쓴 1949년의 단편에 도착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작가로서 발전해온 실비아 플라스를 되짚어보는 데 유용할 것이다.
실비아 플라스가 세계적인 명성과 신화적인 이미지를 얻은 것은 사후의 일로, 그는 살아 생전 글쓰기로 먹고 살겠다는 야심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비아 플라스는 첫 시를 발표한 여덟 살 때부터 평생 동안 글쓰기를 돌파구로 삼아 쓰는 일에 투신했다. 그 꺾이지 않는 열정과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경험과 이상 사이에서 빚어지는 저자의 글은 한 시대의 풍경을 능숙하게 복원한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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