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박기자 어디가] 바닷가 한옥 리조트에서 즐긴 불멍
입력 2024-03-29 19:12  | 수정 2024-03-29 19:16
탼 한옥비치리조트 ‘하늘’ 객실
‘국태민안(國泰民安) 태안에 위치한 ‘탼 한옥비치리조트
로컬 콘텐츠를 입히는 로컬커뮤니티 라이프스타일 호텔
파도리 해식동굴, 천리포수목원 등 지척에 있어
조지 벤슨의 음반이 걸린 LP플레이어와 방마다 놓인 클립쉬(klipsch) 스피커, 여행의 피로를 푸는 계단식 욕조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개별 티룸. ‘바닷가+한옥이라는 거친 도전을 감수한 탼 한옥비치리조트는 태안 의항항의 프라이빗한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음식을 하는 수고로움도, 강요된 명상도 없는 서해에서의 안온한 휴식 한 조각을 즐기고 왔다.
느리게 비우고 안온하게 쉬기
태안 탼 한옥비치리조트는 한옥 객실들과 함께 로비 역할을 하는 라운지, 라이프스타일
숍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객실 사진은 바다룸과 윤슬룸(가장 우측)
리조트는 작은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었다. ‘작은 구름, 큰 구름, 하늘, 풀꽃, 바다, 윤슬. 대목장들이 풍경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이름을 지은 건지, 객실엔 모두 주변 자연의 이름이 붙어 있다. 16개의 독채 한옥과 6개의 객실형 한옥 등 총 22개의 객실에는 모두 프라이빗한 마당이 딸려 있는데, 2인에서 최대 6인까지 전통 한옥과 모던 한옥, 펫(pet) 한옥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최대 6명까지 머물 수 있는 윤슬 객실에는 계단식 욕조와 LP플레이어, 와인 스테이션이 마련돼 있다.
객실 앞으로 보이는 작은 초등학교 앞으로 4계절 내내 잔잔한 서해 바다의 윤슬이 보인다. 말 그대로 반짝이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윤슬에서는 LP플레이어와 와인 스테이션,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탼은 ‘태안을 느린 충청도 발음으로 친근하게 부르는 방언으로 태안 지역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담고 있다.
탼 한옥비치리조트는 태안 의항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탼이라는 생소한 글자 때문에 상표 등록도 힘들었어요.” 이름 역시 지역성을 콘텐츠에 녹여내고자 했다는 신혜은 AZM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역과의 상생을 콘셉트로 지역 장인들의 로컬푸드를 리조트 웰컴박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강사들과 요가클래스, 티클래스, 싱잉볼클래스,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리조트의 콘셉트를 총괄 기획한 신혜은 AZM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일단 TV를 다 뺐습니다. TV 보고 고기 굽고 술 마시다 가는 펜션 같은 공간이 아니라 싱잉볼과 요가매트, 인센스 스틱이 있는 ‘가벼운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죠. 커뮤니티나 친목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질문카드나 보드게임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도록 만들었어요.” (신혜은 탼 한옥비치리조트 이사)
‘추위와 ‘불편함이라는 공식을 타파한 한옥 리조트
이곳에선 흔히 한옥 하면 떠오르는 ‘불편함이 없다. 잘 꾸며진 욕실과 화장실이 객실 내에 있고, 방풍과 보온에 신경 쓴 덕에 따스한 온돌방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어떤 일도 너끈히 넘길 수 있을 것만 같다.
마당의 데크에서 요가나 싱잉볼 등 명상을 즐길 수 있는 ‘하늘3 객실
리조트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하늘 객실로 가본다. 앞마당과 산에 둘러싸인 넓은 뒷마당 뒤로 베드룸을 연결하는 키친 겸 거실이 보인다. 내일 아침엔 저 마당 데크 위에서 요가를 해보리라. 프라이빗 파티를 할 수 있는 넓은 정원과 스몰 파티를 할 수 있는 대형 다이닝테이블과 함께 냉온얼음정수기도 있어 친구들과 기념일 파티를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좌로부터 시계방향) 정원에는 장작 1세트와 고체연료, 부탄가스, 화기 등을 놓아두어 ‘불멍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클립쉬 스피커가 설치된 바다룸,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하늘길룸, 윤슬룸 전경
요즘 사람들은 휴식도 떠들썩하게 즐긴다. SNS 스토리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휴식은 뒷전이다. 탼 한옥비치리조트는 그런 사람들에게 소나무 숲, 바다 위를 반짝이는 윤슬,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을 그저 바라보라고 이야기한다. 밤에는 마당의 정원에서 ‘휴식 키트로 준비된 불멍을 즐기고, 대목장이 만든 한옥, 박물관의 자문을 받아 셀렉팅한 민화가 걸려 있는 한옥 객실에서 잠을 청해보라고.
(좌로부터 시계방향)다이닝 테이블이 있는 ‘윤슬룸, 노리개를 달고 있는 객실키, 박물관의 자문을 받아 셀렉팅한 민화, 지역 장인이 만든 요거트와 그래놀라로 구성된 웰컴키트
이곳은 ‘놀러 가도 음식을 해야 해야 할 것 같은 엄마들의 고민을 강제로 종료시킨다. 24시간 운영 매점에서 주류와 간단한 로컬 푸드를 구매할 수 있는 데다, 웰컴 키트로 커피 드립백, 태안 특산품인 감태 강정과 더맘유가공연구소에서 만든 요거트와 그래놀라가 조식용으로 놓여 있다. 호텔 주변엔 횟집 외에도 태안의 특산물인 우럭 젓국 또는 지리탕을 파는 식당들도 많다.
객실엔 호텔 주변 가볼 만한 스폿, 호텔에 담긴 스토리 등이 담긴 여행 지도와 볼펜이 놓여 있다. 그 지도를 들고 나들이를 떠나도 좋고, 그저 툇마루에 앉아 풍경 소리를 들어도 좋다. 한옥과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을 맞으니, ‘느긋이라는 단어를 오래 잊고 살았구나 싶다.
반려동물, 로컬과 함께 여행하기
다도 공간이 있으며 통창으로 프라이빗 개별 정원을 볼 수 있는 ‘큰 구름 객실
탼 한옥비치리조트는 호텔 프롭테크 스타트업 에이지엠티(AZMT)의 로컬커뮤니티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로 1호점인 전주의 ‘시화연풍에 이은 ‘호텔어라이브의 두 번째 호텔이다. 로컬 콘텐츠를 호텔에 입혀 지역문화를 경험하고 여행자와 지역을 연결하고자 만든 로컬커뮤니티호텔로, (주)에이지엠티(대표 김홍열)에서 개발운영하고 있다.
전주에 이어 태안까지 브랜딩과 스토리, 공간기획, 콘셉트, 디자인, 공사, 서비스기획까지 모두 진두 지휘한 에이지엠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맡고 있는 신혜은 이사는 국내 여행을 할 때마다 불편했던 잠자리를 해결하고자 지역 호텔을 개발하게 됐다”며 지방 소도시에 가면 카페, 식당, 서점 등 지역 인프라가 좋아지고 즐길 거리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지역과 연계된 특색 있는 호텔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지역에 좋은 숙박 공간들이 생겨야 지역 관광이 살아나고 지역이 활성화된다는 것.
(좌로부터 시계방향)펫 한옥 객실, 바다룸, 하늘길 룸과 다도 공간. 프라이빗 한옥 독채 객실은 전 객실이 개별 정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도와 싱잉볼을 즐길 수 있는 개별 티룸에 앉아 바닷가 풍경을 내려다 보는 한옥 지붕선을 눈으로 따라가 본다. 개별 마당이 있는 펫 한옥에는 푹신한 강아지 침대, 오염과 물기에 강한 패브릭 소파와 도자기 식기와 함께, 논슬립 계단이 놓여 있다. 넉넉한 배변판, 반려견 편백 욕조에서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하고, 로컬과 공생하는 공정여행의 한 편으로, 여행객에는 ‘느긋한 휴식을 제안하는 곳.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준말이라는 ‘태안은 휴식도 SNS 속 남들과 경쟁하는 사람들에게 ‘느긋하게 쉬다 가라며 처마에 부는 바람으로 말하고 있었다.
Info
탼 한옥비치리조트 위치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송의로 695-9
더 많은 정보 보기 https://arrivetaean.com
[여행자들이 모이는 로비, 탼 라운지의 휴식 콘텐츠 ‘느긋]
리조트 언덕 배기에 위치한 라운지 ‘탼은 체크인을 위한 로비 겸 여행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라운지다. 유행처럼 번지는 웰니스보다는 ‘느슨한 휴식을 콘셉트로, 도서, 싱잉볼, 보드게임, 질문 카드, 요가매트를 즐길 수 있다. 차와 커피, 천체망원경, 캘리그라피, 힐링 드로잉 등 호텔 측이 큐레이션한 휴식 콘텐츠도 만나보자. 모든 객실에는 커피 브루잉, 인센스, 다기 세트, 불멍 세트가 준비돼 있어 방에 돌아가서도 느긋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쉼의 일환으로 객실 취사를 금지한 대신 로컬 지도를 만들어 지역 맛집을 소개하는 식.

주변 가볼 만한 곳
태안 8경에 속하는 신두리 해안사구 외에도 연인들의 성지 파도리 해식동굴, 두웅습지와 천리포 수목원 같은 자연 자원 등 호텔 주변에 볼거리가 충분하다. 숙소와 가까운 ‘국가어항 모항항 수산물 시장에서 회를 떠 포장해 가거나 완만한 곡선의 해안을 품은 의항해수욕장에 가서 불타는 듯한 일몰을 즐기고 호텔로 돌아와 불멍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의항항은 가지각색의 조약돌이 백사장을 밝히고 환상적인 일몰이 보물 같은 해변이다.
파도리 해식동굴 연인들 사이에 실루엣 사진 명소로 명성을 떨치는 곳. 거친 바윗길을 지나야 하는데, 간조 시간 뒤로 2시간 내 진입 가능하다. 파도가 아름답고 예쁘다는 뜻의 파도리 해변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일몰 시간에 방문 추천.

두웅습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습지이자, 사구 배후습지로 700년 전부터 자리한 곳이다. 텃새인 황조롱이와 멸종위기종 2급인 금개구리가 발견되는 등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생태보존지역으로 보호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 한국 최초의 민간 수목원. 오는 4월21일까지 국내 유일의 목련 축제 ‘사르르 목련을 개최한다. 평소에는 공개되지 않는 지역으로, 축제 기간에만 가드너와 함께 하는 목련 해설 프로그램을 올해 최초로 운영한다.
신두리 해안사구 1만5000년의 역사의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 사구지대다.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로 해안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농토를 보호하고 바닷물의 유입을 자연스럽게 막아준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태안의 독특한 생태 관광지로,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돼 있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호텔어라이브, 게티이미지뱅크]
[취재협조 탼 한옥비치리조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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