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사주 마음에 들지 않아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기도
재판부 "아동 인격체로 대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 커"
재판부 "아동 인격체로 대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 커"
미혼모들에게 돈을 주고 신생아를 산 뒤 유기하거나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부부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대전지법 형사11단독 장민주 판사는 오늘(29일)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아동학대·아동유기 및 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8·여) 씨와 남편 B(46) 씨에게 각각 징역 4년,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습니다.
A 씨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친모 4명으로부터 100만∼1천만 원을 주고 신생아 5명을 매매했습니다.
이 가운데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갓난아기 2명은 성별과 사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입양을 원하는 미혼모에게 접근, '아이를 키워주고 금전적으로도 도움을 주겠다'고 설득해 아기를 물건처럼 사들였지만, 데려와서는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습니다.
부부싸움을 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아이들을 때리거나 양육 스트레스를 이유로 애들을 버리고 오자는 대화를 나눈 사실이 휴대전화 대화 내역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재혼 부부인 이들은 정작 이전 혼인 관계에서 출산한 자녀들에 대해서는 면접 교섭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딸을 낳고 싶어 했으나 임신이 되지 않았고, 합법적인 입양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관할 구청이 지난해 7월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일부 아동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베이비박스(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미지) / 사진=연합뉴스
피해 아동들은 복지기관을 통해 입양되거나 학대피해아동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A 씨 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여자 아기를 키우면 결혼 생활이 행복할 거라는 강박적인 생각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며 "실제 양육할 목적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 달라"고 변론했습니다.
이들은 사회 상규에 반할 정도의 훈육은 아니었으며,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기 전 직원과 상담했기 때문에 유기·방임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허용 범위를 벗어난 학대 행위에 해당하며, 베이비박스에 몰래 두고 나가려다가 직원들을 마주쳐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생년월일만 알려준 것뿐"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장 판사는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왜곡된 생각에 사로잡혀 죄의식 없이 아동 매매 범행을 저질렀고, 아동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베이비박스에 유기하기도 했다"면서 "아동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욕망 실현의 수단으로 삼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