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북한 김정은 정권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주민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절도죄 같은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빈번히 공개 처형하고 있다는 탈북민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북한에서 지방 치안기관 중견 간부로 활동하다 2019년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다는 40대 남성은 지난달 하순 서울에서 마이니치 기자와 만나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탈북민 남성은 "북한 내부에서는 본보기로 경미한 범죄자에 대한 공개 처형이 횡행하고, 그 판단도 재판 없이 회의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살인죄 등 중대 범죄자만 사형이 집행됐는데, 지난 10여 년간은 북한 당국이 경미한 죄를 단속하겠다는 포고문을 붙인 뒤 이를 어긴 사람을 각 광역지자체에 설치된 '도(道) 안전위원회' 회의를 통해 처형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포고문이 나오면 소를 훔쳐 죽여도 처형 대상이 된다" "공개 처형은 사람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주민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있을 당시 포고를 활용한 사형이 북한 전체에서 한 주에 1∼2건은 실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은 "김정은 정권에서 치안 기관 직원이 활용하는 정보원이 갑절로 늘었고, 주민 동향을 정리한 보고서 작성 횟수도 월 2회에서 주 1회로 증가했다"며 북한 체제를 비판하거나 한국, 미국, 일본과 정보를 교환하려는 사람이 주된 단속 대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혐의로 구속된 정치범은 체제 비판과 같은 죄명이 알려질 경우 모방 범죄를 유발할 수 있어서 비공개로 처형되는 경우가 많고, 음식을 받지 못해 사실상 굶어 죽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민은 북한이 이처럼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배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권력 기반이 그다지 강하지 않고, 이에 따라 체제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집권할 때까지 약 30년간 발판을 다졌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신뢰할 만한 측근을 확보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 친모를 둔 탓에 '백두산 혈통'이 아닌 '후지산 혈통'으로 불리고, 정통성이 약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민은 북한이 최근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평화통일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북한으로서는 '문화 오염' 원류인 한국과 완전히 결별해 국내 통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을 염두에 두고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적으로 제기해 사람을 함부로 처형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박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younsu45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