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호사단체, 국회의원 25명에 '순금열쇠' 증정…절반은 법사위
입력 2024-03-25 07:59  | 수정 2024-03-25 08:00
서울지방변호사회 2024년 정기총회. /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 캡처
수상 의원 중 12명은 21대 국회 임기 중 법사위 소속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21대 국회의원 25명에게 우수상 명목으로 순금으로 제작한 열쇠를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늘(25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변회는 창립 기념식과 총회 등에서 5차례에 걸쳐 25명에게 우수 국회의원상을 시상했습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패와 함께 순금으로 만든 가액 60만원 상당의 '행운의 열쇠'가 부상으로 수여됐으며, 열쇠에는 변호사 마크가 세공됐습니다.

서울변회는 "공익에 부합하는 입법과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을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정하고 시상했다"며 "회원 추천을 고려해 선정하되 정치적 색채는 철저히 배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 테두리 안에서 제작한 소정의 기념품 수여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도 전했습니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대가성 여부를 따지지 않고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합니다. 가액이 100만원 미만이면 과태료를 부과하며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은 처벌 예외로 인정합니다.

서울변회는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시민단체, 언론인들에게도 상금이나 행운의 열쇠를 수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저촉 여부 등과 무관하게 국회의원들에게 고가의 기념품을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수상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21대 국회 임기 중 법사위에 소속됐으며, 10명은 현직 법사위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울변회가 추진하는 현안들은 대부분 법사위 업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변회는 산하에 '직역수호센터'를 두고 변호사의 업무 분야를 타 직역이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법사위에는 변호사 직역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변리사법 개정안, 변호사법 개정안 등 여러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서울변회에 유리한 입법이 발의된 이후 해당 의원을 시상한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2021년 5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법무 담당관 채용과 상고심 국선·사선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그해 11월 상을 받았습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의 광고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도 몇 개월 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변회는 이에 "법률가 단체는 직역 단체이자 공익·인권단체"라며 "공익 활동과 사회 처우 개선에 앞장선 우수 의원과 언론인, 시민단체 등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포상제도가 제정·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양지해 달라"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불법적 요소가 전혀 없음에도 공익활동을 악의적으로 흠집 내려고 하는 일각의 시도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법조계는 이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 일반은 변호사 업무와 직결되는 업무의 상대방으로 입법 로비를 할 수 있는 대상"이라며 "물질적인 포상은 지양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인도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는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60만원이 적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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