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피아노의 전설' 마우리치오 폴리니 별세…향년 82세
입력 2024-03-24 15:15  | 수정 2024-03-24 15:28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2010년 모습 [사진=연합]
18세에 쇼팽 콩쿠르 우승 뒤 20세기 주도한 피아니스트
2022년 잘츠부르크 축제 연주, 심장 문제로 취소

'피아노의 황제'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현지시간 23일 북부 도시 밀라노의 자택에서 별세했습니다.

코리에레 델레 세라 등 현지 언론 매체들은 아내 말리사와 음악가인 아들 다니엘레가 고인의 임종을 지켰다고 보도했습니다.

82살의 피아노 거장 폴리니의 타계 소식을 전하며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50여 년간 극장의 예술적 토대가 된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밝혔습니다.

1942년 이탈리아 유명 건축가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태어난 폴리니는 5세에 피아노를 시작했고 195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고 196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당시 18세였던 폴리니는 쇼팽 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우승했는데, 심사위원이었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년~1982년)이 "저 소년이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고 극찬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음악계에서 회자됩니다.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폴리니는 반세기 동안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폴리니는 철저히 악보에 충실한 정석적인 연주로 '쇼팽의 교과서'로 불리며 쇼팽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여왔습니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사진=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쇼팽의 대명사'로 불리는 폴리니는 레퍼토리를 확장해가며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고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 음악까지 다루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습니다.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도 친밀해 많은 콘서트와 음반을 남겼습니다.

폴리니는 예술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비롯해 '프래미엄 임페리얼상', '로열 필하모닉 협회 음악상' 등을 받으며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았습니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다수의 앨범은 그래미 어워즈, 에코 어워즈, 디아파종상 등 여러 차례 수상했고 2020년 3월 폴리니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프로젝트의 끝을 장식하는 음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유독 한국 무대와 인연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사상 첫 내한 리사이틀을 할 예정이었지만 건강 문제로 취소됐습니다. 앞서 2022년 5월에도 예술의전당에서 두 차례 내한 리사이틀을 열기로 했으나 기관지염 악화로 취소되었습니다.

당시 한국 관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폴리니는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해 예술의전당 공연을 고대하고 있었지만, 건강상 문제로 여행을 할 수 없기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한국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지만 끝내 국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같은 해인 2022년 폴리니는 심장 질환을 이유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콘서트를 취소한 바가 있습니다.

폴리니의 장례식은 고인이 평소 애착을 가졌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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