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빅5' 기다리느니 지방에서…부산서 암수술
입력 2024-03-21 15:29  | 수정 2024-03-21 15:57
부산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 / 사진 = 온종합병원 제공
경남 통영서 췌장암 진단 60대, 서울길 막혀 부산서 수술
부산 온종합병원, 간이식 200건, 고난도 간·담도암 500건, 휘플수술 500건.
전공의 파업으로 서울 '빅5' 대형 병원에서 수술 연기·취소가 이어지면서 지방 환자들이 지역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부터 명치와 복부 통증에 시달리다 지난 11일 경남 통영시의 한 병원에서 복부 CT와 MRI 검사 결과 췌장암 진단을 받은 60대 남성. 이 남성은 서울 '빅5'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를 원했지만,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조차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산의 온종합병원의 소식을 전해 듣고 지난 13일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의 진료실을 방문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 남성의 누나도 췌장암이었고, 어머니와 형이 당뇨병에 시달리고 있는 등 가족력이 있는데다 통증이 시작된 지 이미 10개월이나 된 점을 고려해 즉시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부산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전 가천의대 길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지난 19일 췌장암 진단을 받은 60대 환자에게 고난도의 근치적 전방향 췌비장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습니다.

근치적 전방향 췌비장절제술은 췌장암, 담도암, 십이지장암 등으로 인해 췌장 머리 부분과 십이지장, 담낭, 담도, 위의 일부, 비장 등 주변 조직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수술로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췌장암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합니다.

김건국 교수는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 중의 하나여서 근치적 전방향 췌비장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은데 다행히도 운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이 남성과 같이 췌장암이나 당뇨 등 가족력이 있을 경우 명치와 복부 통증이 시작되면 즉시 간담췌외과를 찾아 췌장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일반병실에서 입원 치료 중인 환자 가족들은 "서울 빅5 병원만 바라보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면 환자의 목숨이 어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지체 없이 수술을 해준 온종합병원 김건국 교수 등 의료진에 대해 거듭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수도권 빅5 병원들과 지방 대방병원들이 파행 운영되면서 중증환자들과 응급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전공의 파동 한 달간 온종합병원은 중환자실의 병상 30개가 풀가동되고 있고, 응급센터를 통해 입원환자 수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재원환자 수 역시 전공의 파동 이전에 비해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은 "이번 전공의 파동으로 의료의 수도권 쏠림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국민들이 새삼 깨닫게 됐으며, 반대로 몇몇 역량 있는 지역 종합병원들이 암 수술이나 심뇌혈관 시술 등에 있어 상당히 높은 진료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지역의료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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