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약속 동거녀 잔혹 살해죄로 '징역 17년' 20대 항소심 재판
결혼을 약속한 동거남에게 흉기로 200회 가까이 찔려 잔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가족이 가해자가 합당한 죗값을 치르길 탄원했습니다.
오늘(20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8세 A씨의 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진술 기회를 얻은 피해자의 모친은 "가장 억울한 건 1심 판결"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는 "1심 판결문에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고, 피고인 사정만 전부 받아들여졌다"며 "프로파일러 분석은 인용되지 않고, 피고인의 진술만 인용됐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유족구조금을 받았는데, 이게 양형에 참작된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가 저를 배신하고, 국가가 저를 상대로 사기 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피해자의 모친은 피고인을 향해서도 "○○야, 네가 죗값 달게 받고 나오면 너 용서할게. 제대로 죗값 받고 나와. 벌 달게 받고 나와"라며 거듭 다그쳤습니다.
곧장 결심으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5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공판 검사는 "부검 서류를 봤는데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안타까웠다. 피해자가 이렇게 죽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징역 25년 구형도 개인적으로 적다고 생각하지만, 수사 검사 판단대로 25년형을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변호인은 "이 사건 이전에 두 사람 간 특별한 싸움이나 갈등이 없었다"며 "이웃 간 소음과 결혼 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변론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왜 범행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못 하고 있고, 정신을 차렸을 땐 (살인) 행위가 끝나고 자기 목을 찔러 죽으려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전에 폭력 성향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A씨가 범행 뒤 스스로 112에 신고한 점을 근거로 자수감경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A씨는 최후진술을 위해 쪽지를 준비해 왔으나 계속 흐느낀 탓에 법정에서 진술하지 못한 채 재판부에 쪽지를 제출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 59분쯤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동거 여성인 20대 B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190여 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B씨와 동거 중이던 A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와중에 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자 격분한 나머지 범행한 사실이 공소장에 담겼습니다.
범행 직후 A씨는 흉기로 자해하고 112에 범행 사실을 직접 신고했습니다.
당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 후 의식을 되찾은 A씨는 수사 끝에 법정에 섰습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A씨가 층간 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1심의 양형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 기각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A씨 역시 양형부당 주장과 함께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장을 냈습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립니다.
[박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younsu45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