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파행' 여파가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증거 채취 업무나 살인 사건 재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20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성폭행 피해자 신체에 남아있는 증거를 채취하기 위해 가까운 위치에 있는 광주 해바라기센터 대신 전남 영광군 소재 해바라기센터까지 찾아가야 했습니다.
광주 해바라기센터를 위탁 운영 하는 조선대병원이 전공의 집단 이탈로 야간에 증거 채취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신체 외부에 남아있는 증거는 간호사가 채취할 수 있지만, 일부 증거는 반드시 의사가 채취해야 증거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주로 산부인과 전공의가 이 업무를 맡아왔는데, 집단 이탈로 공백이 생기면서 주간에만 채취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 신체에 남아있는 증거물을 72시간 이내 채취해야 하는 성폭행 사건의 특성상 시간이 촉박한 경우, 야간 채취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피해자라면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다음 날 주간에 증거를 채취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수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료 파행은 7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범행 직후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린 이 여성은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습니다.
정신과 진료 이력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 등으로 서류 발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음 재판은 2개월 뒤로 연기됐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