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
입력 2024-03-12 03:24 
독자 제공
- 백종우 교수의 책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정신 차려!"

나약한 정신을 죄처럼 여기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지만, 의지가 약하거나 성격이 예민해 그럴 거라는 시선 탓에 치료는 늦어진다.

우울증은 감기처럼 흔한 증상이다.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자살 충동, 조현병, 공황장애로 악화한다.

누군가 붙잡아 주길 바라며 생의 경계선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할 책이 나왔다.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오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백 교수는 첫 페이지에 고려대 의대 동기이자 2년 차 선생님이었던 고 임세원 교수가 해준 말을 담았다.

"이 환자분께는 네가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잖아.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가 제대로 못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고 임세원 교수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꿨다.

백 교수는 친구의 꿈을 이렇게 풀어내고 있다.

"현실이 아무리 잔인하고 지옥 같아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39쪽)

책은 정신질환자만을 위해 쓰지 않았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가진 우리 모두가 읽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다루고 있다. 백 교수는 조현병 환자도 치료하면 함께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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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도 살인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외래진료 중 한 조현병 환자가 울먹거리며 얘기했다.

"아닙니다. 문제는 조현병 자체가 아니에요. 이를 둘러싼 시스템이 부족한 거예요."

나는 그의 손을 맞잡고 대답했다.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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