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증권사 간부까지…'의대 열풍'에 학원가 북적

대치동 학원마다 하루 수십통씩 직장인들 문의 쏟아져
"2027학년도까지 직장인 도전 계속될 듯"

"30대 대기업 대리, 과장이 제일 많고, 50대 증권사 간부도 옵니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2,000명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늦깎이 의대 입학'의 꿈을 품은 직장인들이 학원가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오늘(10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이 발표된 후 학원가에는 퇴근 후 학원에서 의대 준비를 하려는 직장인들의 문의와 등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메가스터디교육은 오는 18일 서초 의약학 전문관에서 의대 준비 직장인 대상 야간특별반인 '수능 ALL in 반'을 열기로 했습니다.

학원가에서 직장인만을 상대로 의대 야간특별반을 개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수강료는 월 70만 원이며, 우선 20명 인원으로 개강할 예정입니다.

수년 전부터 안정적이고 고수입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수험생들에게 '의대 열풍'이 불어닥쳤습니다.

더구나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1만 명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계획이 나온 후부터 직장인들의 문의가 폭증하는 추세입니다.

직장인 의대 야간특별반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 중에는 30대 중반의 대기업 과장·대리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 등 상위권 대학 이공계 출신의 관심이 크다고 합니다.

입시업계 관계자 중에는 "퇴직이 그리 멀지 않은 50대 금융회사 간부나 50대 사업가 등도 의대 입시에 대해 문의한다"며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40대 후반 고위공무원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메가스터디의 직장인 대상 야간특별반은 평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되며, 주말에는 자습 형태로 운영됩니다. 학원 측에서 '1년 안에 입시 준비가 힘들 수 있다'고 말해도 직장인들은 쉽사리 발걸음을 돌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올해 입시 일정은?' / 사진 = 연합뉴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요즘 회사들이 '워라밸'이 잘 돼 있어 오후 7시면 끝나니까 해봐야겠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남 소장은 "사람의 기대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노후를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의사가 되면 '면허'라는 확실한 장치가 있고, 소득 환경도 좋아지기 때문에 도전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소식을 듣고 연락한다', '나의 조건에 지역인재전형 가능성이 있나', '어떻게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하나' 등의 문의 전화가 학원에 매일 수십통씩 걸려 온다고 남 소장은 전했습니다.

강남 다른 학원의 의대 야간반 원장은 "직장인들 문의가 작년보다 20∼30% 정도 늘었다"며 "모집 인원 또한 50% 정도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강남 대치동 입시 컨설팅업계에도 의대 입시 가능성을 묻는 직장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시 컨설턴트들은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의대 입학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 입시 컨설턴트는 "공부를 한참 쉰 사람이 막연하게 공부한다고 해서 될 수 있는 시험은 아니다"며 "의대 합격선이 낮아진다고 해도 아주 미미할 것이며, 최상위권 안에 들어야 통과할 수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학원별로 N수생 등 성인이 등록할 수 있는 의대 야간반이 있어도, 아무나 등록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제출한다든지, 학원 자체 시험의 합격선이나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원한다고 해서 무작정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의대 입시를 위해 재수생, 삼수생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수능에 도전하는 이러한 열기는 적어도 2027학년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이 총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습니다.

다만 의대 교육의 질 하락을 우려한 교수들의 반발,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전공의 집단사직 등이 계속되고 있어 최종 증원 확정까지는 진통이 많을 전망입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