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법천지' 아이티 치안 붕괴 속 외국인 수십명 고립
입력 2024-03-09 17:38  | 수정 2024-03-09 17:40
극심한 혼란에 빠진 아이티 / 사진=연합뉴스
공항과 항구까지 마비 돼…대통령국 총격전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갱단 폭동으로 무법천지가 되면서 외국인 수십 명이 사실상 고립된 상태입니다.

선교나 입양, 구호 활동을 위해 아이티에 머물고 있던 이들은 공항과 항구까지 폐쇄되어 호텔이나 집에 발이 묶인 신세가 됐습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미국 국제개발처(USAID)과 각종 비영리 단체에서 일해온 캐나다 출신 리처드 필립스(65)는 지난달 말 아이티 남부 지역 주민들에게 농사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왔다가 다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돌아갈 항공편이 취소된 뒤 공항 주변 숙소에 머물다가 인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더 안전한 지역으로 숙소를 옮겼습니다.


그는 "실제로 갇혀있는 상태"라며 "만약 경찰력이 완전히 붕괴하면 거리는 무정부상태에 빠질 것이고 우리는 한 달, 혹은 더 오래 여기 머물러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필립스는 민간 전세기나 헬리콥터 등 빠져나갈 방도를 찾고 있지만 대부분의 비행사가 아이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하다며 꺼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투생 루베르튀르 국제공항을 포함해 아이티의 주요 공항과 항구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프랑스 식민 지배로 떠안은 빚더미에다 2021년 대통령 암살 이후 극심한 치안 공백에 시달리던 미주 최빈국 아이티는 최근 반정부 시위와 갱단의 폭력 사태가 더욱 심화하며 대규모 탈옥까지 벌어지는 등 '무법천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아이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 조치도 시행했지만 폭력 사태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머무는 아리엘 앙리 총리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8일(현지시간) 밤에는 수도 한가운데에 위치한 대통령궁 근처에서도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현재 반정부시위를 이끄는 갱단들은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경찰서나 교도소, 관공서 등 정부 건물들을 주로 공격했습니다.

어젯밤에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길거리에서 수십 명이 모여 총리 사임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되기도 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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