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총선 한 달 여를 앞두고 막바지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상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컷오프된 전·현직 의원들의 반발이 크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국민의힘이 야당이었던 4년 전 21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도 조용한 편인데, 집권 3년 차 여당인 현재 컷오프 되더라도 선거 이후 '구제'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오늘(6일) 기준 이른바 '물갈이'된 현역 의원은 총 35명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공천 배제'라는 결과를 빠르게 수용할 뿐만 아니라 공천 경쟁자였던 상대방에 대한 지원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서울 강서을에 전략 공천되면서 컷오프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박 전 장관의 선거 사무실을 방문해 선거 지원에 적극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김성태가 박민식이고, 박민식이 김성태"라며 박 전 장관을 본인과 동일시하기까지 했습니다.
서울 양천갑에서 탈락한 비례대표 초선 조수진 의원은 경선에서 승리한 구자룡 당 비상대책위원의 총선 승리를 위해 함께 뛰겠다는 입장문을 내고, 경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윤두현 의원도 단수 공천된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를 하는 등 '원팀 모드'를 발동했습니다.
반면, "당의 시스템 공천은 깨졌다"며 이의 제기를 한 유경준, 홍석준 의원도 있습니다. 특히 울산 남구갑 현역 이채익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국민 공천 지역으로 지정되자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채익 의원 사례는 여당 현역 의원의 첫 '공천 불복' 사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발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역 중진 의원들이 탈당하거나 탈당 후 당적을 변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하다는 평가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건 '구제'에 대한 기대감이 발현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금은 공천에서 배제되었더라도 선거 이후 장관으로 입각하거나 공기업에서 고위직 자리를 받는 등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입니다. 집권 여당인 만큼 인사권을 활용해 공천 배제 결정을 수용한 것에 대한 포상이 있을 거란 겁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가 다 끝나고 나면 각자 당과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헌신·희생하고 역할 한 것은 자연스럽게 평가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도운 사람과 무소속 출마하는 사람을 같은 선상에서 놓고 볼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