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그린닥터스, 5년째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 봉사
입력 2024-03-04 11:02  | 수정 2024-03-04 21:57
부산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 이현국 센터장이 무료진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사진 = 그린닥터스 제공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20여 년째 무료진료 봉사활동

지난 3일 오후 부산의 한 종합병원 6층, 50대 초반의 한 심장내과 의사는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심부전증과 협심증 등 심장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을 혼자서 도맡아 심전도검사와 심장초음파검사, X선 검사 등을 시행하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외국인 노동자들, 이들은 두려움과 함께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듯 긴장된 표정입니다.

휴일도 반납한 채 진료에 나선 사람은 부산의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 이현국 센터장.

이 센터장은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 회원입니다. 그린닥터스는 20여 년째 매주 일요일 오후 무료진료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병원에는 평소 10명 내외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찾아와 대개 감기나 몸살, 복통, 두통, 치통 등 가벼운 증상을 호소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 3일에는 병원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12명의 환자 가운데 9명이 심장이상 증세를 등을 호소하며 심장내과 진료실로 몰려든 것입니다.

국적도 다양했습니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네팔, 북한이탈동포까지 국제진료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평소 같으면 일요일 하루는 참아보고 진료하는 이튿날인 집 근처 병원에 가려 했겠지만,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의대 증원 파동'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대학병원을 이탈하는 바람에 정상 진료가 어려운데다 동네의원까지 조만간 휴업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급히 그린닥터스 국제진료센터를 찾게 됐다는 겁니다.

이날 심장초음파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한 외국인근로자는 "며칠 전부터 심장 부근에 통증이 느껴져서 크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린닥터스 봉사단이 일요일 진료를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처음엔 억지로 참아보고 월요일 직장에 이야기하고 대학병원에 가보려 하다가, 전공의 선생들이 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큰 병원에서 오히려 진료받기 더 어렵다고 해서 이렇게 서둘러 오게 됐다"며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 병원 심혈관센터는 최근 '의대 증원에 따른 전공의 집단사직 파동' 이후 대학병원들의 정상진료 차질로 인해 진료업무도 폭증해 이미 과부하상태.

하루 외래환자만도 100명을 훌쩍 넘기면서도, 협심증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관조영술과 관상동맥중재술까지 10여 건 정도 쳐내는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현국 센터장은 퇴근 이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응급센터에서 걸려오는 응급 콜까지 응대하느라 번 아웃 상태인데도, 수년째 한 달에 한두 차례 그린닥터스 의료봉사 활동엔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 이현국 센터장이 무료진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사진 = 그린닥터스 제공

온종합병원 심혈관센터 이현국 센터장은 "심장질환은 골든타임을 다투는 응급상황이어서 아무리 바쁘고, 힘에 부친다고 해도 눈앞에서 경각을 다투는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게 심장내과 의사의 숙명 같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그린닥터스를 통해 의료봉사에 지속적으로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그린닥터스는 지난 2003년 처음 외국인근로자 등을 위한 국제진료센터를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20년간 6만여 명의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그린닥터스재단 정근 이사장은 "'소중한 생명-따뜻한 세상-건강한 인류'를 꿈꾸는 그린닥터스 소속 의사들은 지진이나 전쟁 등 재난지역이든, 국내 의료 소외지역이든 자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함께 한다'는 신념으로 의료봉사에 동참하고 있다"며 인류애 구현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려는 그린닥터스 의사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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