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국 노동자 실태 조명…취약한 구조 지적
한국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계속 높아짐에도 저개발국 출신 노동자들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고 지적이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등 저개발국 출신 노동자 수십만명이 한국 내 소규모 공장이나 외딴 농장, 어선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고용주를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약탈적인 고용주와 비인간적인 주거, 차별, 학대를 견뎌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글라데시 출신 찬드라 다스 하리 나라얀은 인터뷰에서 안전모도 지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벌목 작업에 투입됐다가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용주는 산업재해 보상 서류에 그가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고만 신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한국인이었다면 그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은 이주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처럼 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며 월급 230여만원 중 200만원 정도를 네팔 고향으로 보내고 있는 삼머 츠헤트리는 고용 계약 당시 약속받았던 '숙소'가 사실은 검은 비닐 차광막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내부에 있는 낡은 컨테이너라는 걸 일하러 와서야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직물 공장에서 3년간 주 6일, 12시간 교대근무를 한 방글라데시 출신 아시스 쿠마르 다스는 고용주가 "월급을 제때 또는 전액을 지불한 적이 없었다"며 임금 체납이 일상적이었다고 고발했습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에도 노출되어 있다면서 "그들은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한다. 붐비는 버스에서 그들은 내 옆 빈자리에 앉기보다는 서서 가는 편을 택했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농촌에서 쓰는 화장실 / 사진=김달성 목사 제공, 연합뉴스
NYT는 한국에서는 인구 위기와 '더럽고 위험한 저임금' 일자리를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노동자 보호·지원 조치는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조사관과 통역인을 더 늘리고 불법을 저지른 고용주 처벌을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번 해 무려 16만5,000건의 임시 취업 비자 발급을 계획하고도 이주자 지원센터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등 정책 축소가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NYT는 특히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로 인해 심각한 권리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는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고용주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주종 관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학대를 일삼는 고용주를 만난 경우 외국인 노동자는 시련을 참으면서 비자 연장 또는 갱신을 도와주길 바라거나, 다른 사업장에서 불법적으로 일하면서 단속의 두려움을 안고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용허가제는 정부 중계로 인력난을 겪는 중소 사업장이 합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사업장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향후 사업장 변경이나 고용 연장에 고용주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노동자들이 산재가 발생해도 신고를 못하고, 각종 차별과 학대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