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 언제든 확인 가능"…헌재, 태아 성감별 금지 '위헌'

【 앵커멘트 】
지금까지는 예비 부모라 하더라도 임신 32주가 되기 전까지는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없었습니다. 법이 그랬거든요. 이 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헌법재판소가 오늘(28일) "남아선호 사상이 쇠퇴했고, 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홍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1987년 남아선호 사상으로 낙태가 늘어나자 병원에서 성별을 알려줄 수 없게 하는 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족의 기본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계속됐고,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는 21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알려줄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개정된 지 14년 정도 만에 32주도 너무 길다는 이유로 이 법은 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임신중절 수술은 대부분 임신 초기에 이뤄지는데다 10년 동안 이 법으로 기소된 사례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임신 20주 차 여성
- "내가 품고 있는 아이의 성별이 뭔지 알아야 저도 출산 준비를 하는데, 답답하고 아이러니하다고 생각은…."

이런 사회적 추세를 반영해 헌법재판소도 해당 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 인터뷰 : 정정미 / 헌법재판관
- "태아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보고 이를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헌재는 "남아선호 사상이 쇠퇴하고 있다"며 "부모의 권리가 필요 이상으로 침해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인터뷰 : 강성민 / 변호사(헌법소원 청구인)
- "의사들이나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준비도 못 하고 불법의 현장으로 내몰렸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반영한 선고이지 않나…."

남아선호사상이 퇴색하면서 37년 간 유지됐던 태아 성감별 금지법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MBN뉴스 홍지호입니다. [jihohong10@mbn.co.kr]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
그래픽 : 강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