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분기 출산율 첫 '0.6명대' 추락…또 역대 최저
입력 2024-02-28 13:27  | 수정 2024-02-28 13:42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일부 요람이 비어 있다. 2023.12.26 / 사진=연합뉴스
작년 4분기 합계 출산율 0.65명…연간 0.72명, 역대·세계 최저 기록
육아휴직 의무화·인구부 신설·인구특별회계 도입 등 거론돼
'막대한 재원 마련·부처간 협의' 등도 과제…"정치적 결단 필요"

작년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6명대까지 떨어지면서 '인구 쇼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출산 대책을 놓고 사회 각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재원이나 부처간 입장차 때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28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직전년의 0.78명보다 0.06명 다시 낮아졌습니다. 작년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왔습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합니다.

저출산 상황과 이로 인한 암울한 미래는 그동안 수많은 통계와 추계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72년에는 인구가 3,622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때 중위 연령(전체 인구 중 중간 연령)은 63.4세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환갑을 넘는 '노인 국가'가 됩니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1호 인구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작년 12월 칼럼에서 한국의 인구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노동 시장이나 국가 재정뿐 아니라 교육, 국방, 의료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보다 34.75% 줄어들면서 한국의 2050년 국내총생산(GDP)은 28.38%나 감소할 전망입니다.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해법 마련이 시급하지만, 돌파구가 될만한 구체적인 정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연말부터 총선 분위기와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정부 차원의 대책 모색이 정체된 느낌입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작년 12월 14일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위기'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2달 반이 지나도록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 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올해 초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입니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오면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정하면서 저출산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정부는 출범 2년이 가까워지는데도 아직까지 제4차 기본계획(2021~2025년)의 수정판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중심에서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할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총선을 앞둔 갑작스러운 인사 변동에 다시 재정비 중입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 / 사진=연합뉴스

저출산 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으로는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구체화된 것은 많지 않습니다.

저고위는 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해 현재 150만 원인 육아휴직 급여의 월 상한액을 최저임금(내년 206만 740원) 혹은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예 일정 기간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 대상입니다.

이와 함께 아동수당 지급 기한을 만 17세까지 늘리면서 급여액도 둘째아나 셋째아 이상에 각각 15만 원과 2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한편 복지부는 난임 지원을 더 넓힐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소득 기준을 폐지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을 확대했는데, 난자 동결 혹은 해동 비용도 전향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인구 정책 거버넌스의 틀을 바꾸자는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구 특임장관 도입, 인구 전담 부처 신설, 복지부 장관의 인구 부총리 격상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장관급 비상근직인 저출산고령사회위의 부위원장을 상근직 부총리급으로 상향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장관급 부위원장으론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고 부처간 합의를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거버넌스 개편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규제영향평가처럼 법령과 정책 수립시 인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인구영향평가'를 도입하거나, 범정부 차원에서 인구정책 예산을 별도로 계상하는 '인구특별회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아동인구 10년새 200만 명 감소.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3.1.31 / 사진=연합뉴스

거버넌스 체제 개편도 중요하지만 저출산 대책이 힘을 받으려면 이보다 더 큰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돌파구가 될만한 획기적인 정책의 추진에는 큰 규모의 재원 투입이 불가피한 데다 부처별 갈등 소지도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육아휴직 확대 등 저출산 대책에 11조 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주요 재원인 내국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끌어다 쓰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낳았습니다.

저출산 대책에 쓰일 예산 마련을 위해 '부모보험' 같은 사회보험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국민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을 꺼내야 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평가모니터링센터장은 "저출산 문제는 이제는 정책 차원이 아니라, 정치 영역에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특단의 조치나 특단의 사업 차원을 넘어 특단의 '정치적 결단'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출산 대응 예산은 2006년 2조 1천억 원에서 2012년 11조 1천억 원, 2016년 21조 4천억 원 등으로 늘었지만,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39%로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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