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GPT]'/> `개 식용금지법, 개만 특별대우?` 복잡한 마음이라면… [책GPT] -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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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금지법, 개만 특별대우?' 복잡한 마음이라면…<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책GPT]
입력 2024-02-24 11:00 
출처 : MBN 뉴스7 [탐사M] 산불로 철장 속 숯덩이 된 개농장 개들…허울뿐인 동물보호법 (22.04.01)
◇ 프롤로그


재작년, 산불로 떼죽음을 당한 개들을 취재하러 다녀왔던 경북 울진의 한 불법 개농장의 스산한 분위기가 눈에 선합니다. 대형견을 가둔 각 0.3평의 개장 주위엔 오래된 배설물과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가 역겨운 냄새를 풍겼습니다. 먼저 죽은 개들의 잘린 꼬리와 발은 남은 개들의 먹이로 쓰였습니다. 개장 옆 도살장엔 동료를 죽이는 데에 쓰인 피 묻은 날카로운 도구가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화마를 가까스로 피해 목숨을 건진 것과 잿더미로나마 하루빨리 이곳을 탈출하는 것 중 무엇이 잘된 일일지 분간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난달 '개 식용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의 개 식용 관행은 종식 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기사 속 개농장은 오는 2027년부턴 규제 대상, 관련자 처벌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댓글 속 비치는 온라인 민심엔 아직 반감이 커 보입니다. '소·돼지·닭은?' 누군가는 '선택적 생명존중'을 비꼬고, '합법화해 위생적으로 관리하라' 누군가는 육견업자와 보신탕집의 생계를 걱정합니다.

가장 애매한 지대에 있는 건 저같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개를 먹지 않지만 소, 돼지, 닭은 먹어왔고, 내가 안 먹는다고 먹는 사람들까지 법적으로 제지당해야 하나 싶은…그러면서도 잘못 없는 귀여운 개들이 평생을 좁은 곳에 갇혀 살다 잔인하게 죽임당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불편한 사람들. 은근히 지키고 싶은 마음속 형평성이 선뜻 '개만은 먹지 말라!' 말리기 주저하게 합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개 식용 논쟁에서 어느 편에 설지 고민해 본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책, 하재영 작가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입니다.


◇ 가족과 음식 사이,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이 책은 저와 같은 애매한 마음의 독자들에게 애매하지 않은, 못 본 채 도망칠 수 없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바로 '반려견'이 아닌 우리나라 개가 돌고 도는 불행의 '뫼비우스의 띠', 번식장-경매장-보호소·개농장-도살장의 처참한 실태입니다. 이야기는 개에서 시작하지만, 개로 끝나진 않습니다.

대부분이 저자보단 업계 관련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그려지는데, 쉬지 않고 한 번에 완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고 잔인합니다. 처참한 현실과 함께 던져진 질문을 마주한 후엔 '현행 식용 개농장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외치는 일이 조금은 망설여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2018년 첫 출간된 이 책은 지난해 8월, 5년 새 변화한 법 등을 반영한 개정증보판이 출시됐습니다.

① 시작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뿐. 동물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관심이 없었던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작은 치와와 '피피'를 가족으로 맞으며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같이 살기 위해 피피라는 인간 아닌 종을 배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하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개 한 마리를 사랑하게 되었을 뿐인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나 없는 피피의 삶이었을 수도 있었을 다른 생명체들의 고통입니다. 몰랐던, 혹은 동물이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더 이상 넘길 수 없게 됩니다. 이후 동물단체와 인연을 맺으며 관련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저자가 만나는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개를 먹지 않아야 할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동물들을 위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를 위해서.

② 식용 동물들은 어떻게 살고 죽는가
취재 당시 개농장에서 만났던 개들. 천진난만한 표정의 죄없는 사형수와 무기수들

저자는 개 문화 관련 많은 문제점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진단합니다. 귀엽다는 이유로, 외롭다는 이유로 10여 년간 감당해야 할 존재에 대한 공부없이 강아지를 들이고, 길에 버리는 문화가 만연합니다.

'강아지 공장' 번식장에서는 경솔한 수요에 발맞춰 다 팔릴지도 모를 강아지들을 일단 끝도 없이 만들어내고 봅니다. 안 팔리면 폐기하면 그만인 물건처럼. 그곳에서 모견은 한 자식의 어머니가 아니라 '새끼 빼는 기계', 발정 촉진 주사에 제왕절개 수술을 거듭하며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강요당합니다. 한 동물보호소장은 그곳의 환경을 한 마디로 요약합니다. "사람이었다면 자살했을 거예요."

번식장에서 빼낸 새끼들이 향하는 곳은 경매장, '어떤 개든 팔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게 불리는 건 새끼뿐 아니라 모견과 '폐견'으로 불리는 늙고 병든 개도 누군가는 사가기 때문입니다. 바로 '개장수'입니다. 쓸모 없어진 개들의 데려가 곧바로 죽이고 작업해 개소줏집이나 개고기집으로 보냅니다.

펫숍으로 갔다고 '살아남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 중 많은 수가 잠시 반려견, 이내 유기견이 되어 돌아와 끝없는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에 오릅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가장 흔한 품종은 몰티즈, 푸들, 시추 등의 소형 품종견. 펫숍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종과 같다고 합니다.

죽음으로의 여정에 마지막 정거장은 보호소 또는 '개농장'입니다. 저자는 이곳의 개들을 "죄없는 사형수와 무기수"라고 표현합니다. 보호소야 개농장보다야 환경이 양호하지만, 갈 곳 없이 머무르다 일정 시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등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비슷합니다. 가장 열악한 건 개농장입니다.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발조차 안정적으로 디딜 수 없는 철창에서 평생을 갇혀 지냅니다. 처음 철창 밖으로 나오는 건, 도살장으로 향하는 길 뿐입니다.

③ 우리는 어떤 걸 먹는가
개고기 업체들은 흔히 고단백 등의 보신 효능을 자랑하며 '동의보감' 등 옛 고전 의서를 인용합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한 대학원에서 내놓은 성분 분석에선 '다른 육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백질 함량은 낮고, 지방 함량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실체가 분명한 건 수백 년 전이 아닌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개고기 유통 실태입니다. 식약처는 개고기를 '식품'으로 분류하지 않아왔습니다. 개고기는 '병든 동물 고기의 판매'를 금지하는 식품위생법 적용 대상도, 정부의 위생 검사 대상도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책에서 내내 보여주듯 개고기와 개소주용으로 들어가는 건 유기견, 번식장의 폐견, 극단적인 방치 상태의 개, 열악한 환경의 개농장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사육된 개입니다. 지난 2017년 민간에서 전통시장 판매 개고기 93개의 표본으로 실시한 검사 결과 전체 93개 중 61개에서 8종의 항생제가 검출됐다고 합니다.

잠입 취재차 접근한 저자 일행에게 개농장 사업에 뛰어들기를 적극 장려하던 농장주조차 '어르신도 개를 드시냐'라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합니다. 자신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합법화해 위생적으로 관리하라'기엔 이미 개 식육업계는 사육 단가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설령 좋은 사료를 급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유통가 및 판매가는 훨씬 비싸지고, 개 식용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고기 값이 치솟으면 소비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합법화 비용에 혈세를 들이붓으면서까지 추진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결론입니다.

이 밖에 개 식용 찬성의 근거로 자주 언급되는 문화 상대주의, 종 간의 평등에 대한 입장도 그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세히 설명돼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 20년간 갇혀있던 민간 목장을 탈출해 인근 풀숲에 숨어있다 1시간 만에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

무엇보다 저자는 '한 사회 안에서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와 동물을 존중하는 태도는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 사회 속 우리는 모든 동물들 앞에서 절대적 강자, 호랑이·사자 같은 자연계 포식자조차 인간 앞에서는 약자입니다. 강자와 약자가 나뉘는 건 동물과 인간 사이뿐이 아닙니다. 누구나 같은 인간들 앞에서 상대적 약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저자는 동물을 생각하는 일은 약자를,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생각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 공평하게 착취?…불편한 모순에서 바꿔나가자

얼마 전 생일을 맞은 가까운 친구에게 선물로 갖고 싶은 걸 물으니 마음은 고맙다며 길고양이 보호 단체의 기부처 링크를 보내왔습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눈에 밟히는 고양이가 많아 슬프다며, 지금 당장 본인에게는 더 필요한 게 없다고도 했습니다. '고양이만? 유기견은? 비둘기는?'하는 반감보다는 다른 생명의 불행에 마음이 다칠 줄 아는 따뜻한 그 친구가 더 좋아졌습니다. 그런 마음들이 지구를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살만한 곳으로 천천히 바꿔나가리라 믿습니다. 완전무결한 채식을 부르짖는 동물 해방계의 거장이 아니더라도….

개를 먹지 말자고 하는 사람들이 돼지, 소, 닭이야 무한정 잔인하게 죽여나가자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개를 먹건, 먹지 않건 우리 모두가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거의 모든 행위와 제품이 동물의 고통과 희생에 빚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소, 닭, 돼지도 착취해왔으니 개 하나 더 합법적으로 먹어보자는 사회가 아니라, 개 식용 금지를 계기로 기존 농장동물 포함 다른 동물의 고통에도 귀 기울이고 그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자가 '하향 평준화'라면 후자는 '상향 평준화'일 것입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읽고 나면 개뿐 아니라 다른 생명의 희생을 당연시하지 않는 '인간다움'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해 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 밖의 세계로 연민을 확장하는 일을 나약한 감상주의만으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갈 길도. 백수린 소설가가 말했듯 "당신이 개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꼭 읽기를 바랍니다."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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