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정부, 세월호 유병언 '120억 차명 의혹 주식' 확보 소송도 패소
입력 2024-02-21 16:39  | 수정 2024-02-22 18:41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보상금 등 지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상대로 구상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가 최근 유 전 회장이 차명 보유한 걸로 의심되는 주식 120억 원 상당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MBN 취재 결과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김상우 부장판사)는 정부가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를 상대로 낸 120억 원 규모 주식인도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차명으로 맡긴 증거 없다"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가 지난 2014년 10월 7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뒤 수사 대상에 올랐던 김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10월 미국에서 체포돼 송환됐습니다.

이어 유 전 회장이 촬영한 사진을 회삿돈 1억여 원으로 사들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된 뒤 지난 2018년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세월호 운항을 맡았던 청해진 해운 주식 2,000주와 세모그룹 계열사인 정석케미칼 주식 2만 주, 세모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한 아이원아이홀딩스 주식 5만 5,000주 등 관계사 6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 가격을 합치면 모두 120억 원 상당입니다.

지난 2017년 소송을 시작한 정부는 "김 전 대표가 세모그룹 계열사 대주주이자 유 전 회장 최측근으로서 유 전 회장의 부동산과 주식 등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세모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유 전 회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인도를 요구한 120억 원 규모 주식이 모두 차명 주식인 만큼 구상권 청구 소송을 위해 정부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김 전 대표는 "근로소득과 상속재산 등 본인 자금으로 직접 주식을 취득했다"며 본인이 실소유주라고 반박했습니다.

정부가 소송을 제기한 지 약 7년 만에 법원은 김 전 대표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정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 전 회장과 김 전 대표 사이에 차명 보유를 위한 약속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유 전 회장과 김 전 대표 사이 관계에 대한 임직원들 진술을 두고도 "상당 부분 추측에 불과하거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김 전 대표가 직접 대금을 납부해 주식을 취득한 정황은 확인되지만 유 전 회장이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기 위한 대금을 지급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주식확보는 잇따라 패소…구상권 지지부진

세월호 참사 관련 지출 비용 회수에 실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MBN 취재결과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이승원 부장판사)는 정부가 유 전 회장 차명 의혹 주식으로 보고 관련자 5명을 상대로 청구한 4억 원대 정석케미칼 주식인도청구도 기각했습니다.

앞서 정부가 유 전 회장 측근 이강세·이재영 전 아해(정석케미칼로 변경 전 상호) 대표 등 6명을 상대로 낸 10억 원 규모 주식 확보 소송도 지난해 7월 2심에서 패소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정부, 세월호 '유병언 차명의혹' 10억 원 규모 주식 확보 소송 패소

이 판결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위 두 재판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일명 구원파도 참여해 "해당 주식은 유 전 회장이 아니라 구원파가 맡긴 주식이므로 구원파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원파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 강제송환 당시 유혁기 씨 (사진=연합뉴스)

유 전 회장 일가를 상대로 한 구상권 소송은 여전히 2심에서 멈춰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유 전 회장 차남 혁기 씨와 딸 섬나·상나 씨 등을 상대로 1,878억 원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이 중 1,700억 원을 혁기 씨 등이 내야 한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혁기 씨 등이 항소해 2심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변론까지 모두 마쳤지만 재판부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혁기 씨 등이 '세월호피해지원법이 위헌인지 판단해달라'며 위헌제청을 신청했는데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상권 소송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차명 의혹 주식은 잇따라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만큼 세월호 참사 관련 비용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법원에 따르면 정부가 지출한 세월호 참사 관련 비용은 2015년 8월 기준 1,878억 원, 지출이 예정된 금액을 합치면 4,390억 원에 이릅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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