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리시험 반박' 조국이 제출한 美교수 답변서 '역효과'
입력 2024-02-15 07:57  | 수정 2024-02-15 08:03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사진 = 연합뉴스
맥도널드 교수 "형사 기소 믿기지 않아"
재판부는 "협업 금지 구두 고지"에 주목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심에서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를 무죄로 뒤집기 위해 담당 교수의 서면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맥도널드 교수는 2016년 조 전 장관의 아들이 치른 시험을 주관한 교수입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해당 시험을 대신 풀어준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맥도널드 교수는 "학문 부정행위가 범죄가 되려면 고도로 추악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최종 성적의 4%에 해당하는 두 번의 퀴즈에 대한 부정행위가 형사 기소 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강의계획서 등에서 '온라인 시험 응시 때 타인과 협업을 금지한다'고 명시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구두로 해당 내용을 고지했을 것 같으며, 스터디 그룹을 형성해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시험은 스스로 볼 것으로 예상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해당 시험이 다른 사람과 논의하고 함께 문제를 푸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된 성격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서를 보면 '협력 금지'라는 점을 사회통념상 이해할 수 있어 1심의 유죄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맥도널드 교수의 '부정행위가 형사 기소 됐다는 점이 믿기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대학교 수업에서의 단순한 부정행위를 범죄행위로 보지 않는다고 해서 조 전 장관 부부의 범행이 가벌성 있는 행위가 아니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문제를 함께 풀면 맥도널드 교수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점을 조 전 장관 부부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어 업무방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는데, 가족 단체대화방 메시지를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정경심 전 교수가 가족 단체대화방에 남긴 '출석 절대 빠짐(빠지면) 안 돼. 퀴즈 5회 10%, 출석 10%'(4회 온라인 시험 직후), '정신 차리고 봐야 할 텐데…그런데 총점의 2%야'(5회 온라인 시험 직후) 등이 그 예입니다.

한편,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에 대해서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하며 사용한 '전례가 없던 처리방식'이라는 표현은 다소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당시 상황을 보면 그렇게 충분히 평가가 가능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 지시에 따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찰 결과 일부분은 해소가 안 돼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가 금융정책국장 자리를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점에 대해 "공식 통보가 아니었고 추상적 사유로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통지가 이뤄져 전례가 없는 처리 방식"이라고 질타한 바 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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