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U,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미국만 남았다
입력 2024-02-13 20:57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티웨이 유럽 여객노선 진입 지원' 조건
자산 42조 원, 세계 10위 수준 '초대형 항공사' 임박
실질적 통합까진 2년가량 걸릴 듯

대한항공이 유럽연합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냈습니다.

이에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작업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 만을 남겨두게 됐습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자산 42조 원, 세계 10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습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와 기업결합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했으며, 지난해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여객과 화물 사업의 경쟁 제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시정조치안을 지난해 11월 EU에 제출했으며, 의견 취합 등을 거쳐 조건부 통합 승인이 이뤄진 겁니다.

화물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이, 여객부문에서는 일부 유럽 노선 이관이 조건입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를 마치면 EU의 최종 승인을 받게 됩니다. 항공업계에서는 늦어도 오는 10월 전까지 매각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매각은 EU의 최종 승인 이후 이뤄집니다.

현재 화물사업 부문 인수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 LCC 4곳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객 사업의 경우 신규 진입 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발 파리 로마 베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유럽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들 노선은 EU가 양사 통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제기한 노선입니다. 대한항공은 추후 국토교통부에 4개 노선의 운수권 일부를 반납하고 국토부가 이를 재분배하게 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습니다.

앞서 튀르키예(2021년 2월), 대만·태국·필리핀(2021년 5월), 말레이시아(2021년 9월), 베트남(2021년 11월), 한국·싱가포르(2022년 2월), 호주(2022년 9월), 중국(2022년 12월), 영국(2023년 3월), 일본(2024년 1월), EU(2024년 2월) 등 13개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승인했거나, 심사·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마쳤습니다.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있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통합까지는 2년가량이 걸릴 전망입니다. 이때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립 운영되며, 이후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할 예정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하면 세계 10위권으로 순위가 상승합니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연결 매출액은 16조 원, 아시아나항공은 7조 6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양사의 자산은 2022년말 기준 대한항공이 28.9조 원, 아시아나항공이 13.4조 원으로 양사 간 통합을 가정해 단순합산하면 매출액이 23조 원, 총자산은 42조 원을 웃도는 규모가 됩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여객 RPK(유상 여객수에 운항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는 대한항공이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습니다. 두 회사를 단순 합산하면 10위인 아메리칸항공과 유사한 수준이 됩니다.

항공기는 대한항공 173대, 아시아나항공 81대를 보유해 합하면 250대를 넘어섭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국내 항공산업 전반의 재편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3개 저비용항공사(LCC)의 통합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최윤영 기자 / choi.y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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