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이후 가장 큰 지도부 개편
젤렌스키 "군 장병 징집 및 동원에도 변화 필요"
젤렌스키 "군 장병 징집 및 동원에도 변화 필요"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그간 불화설에 휩싸였던 발레리 잘루즈니 군 총사령관을 전격 경질했습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가장 큰 지도부 개편입니다.
작년 하반기 반격의 실패로 러시아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미국 의회 분열로 추가 군사 지원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도층 내 갈등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만나 2년 간 우크라이나를 지켜준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임명된 총사령관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입니다.
그는 2013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나토식 표준'으로 현대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인물이라고 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요구하는 혁신과, 누가 군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며 "지금이 바로 그 혁신의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잘루즈니 장군에게 팀의 일원으로 남아 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 해임설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외신에 보도됐습니다.
여러 관측이 난무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4일 보도된 이탈리아 공영방송 RIA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재설정, 새로운 시작이 확실히 필요하다"고 직접 확인하며 해임설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은 2022년 2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이끌며 대러 항전을 지휘한 인물입니다.
특히 전쟁 초기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물리치고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약 절반을 되찾으면 국가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사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견을 밝히며 갈등을 빚었습니다.
50만 명 규모의 추가 병력 동원을 둘러싼 대립,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이 미국 등 서방과 몰래 휴전 논의를 하다가 들통난 것이 해임 사유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의 인기가 높은 것도 두 사람 간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꼽힙니다.
차기 권력 싸움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입니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을 신뢰도는 88%에 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62%였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위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잘루즈니 장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신뢰받는 공인이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불리지만, 본인은 공개적으로 정치적 야망을 표명한 적은 없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통에 군 고위 지도부 해임 결정은 작전계획 차질 등의 위험을 초래한다며, 우크라이나에는 일반참모직을 맡을 고위 사령관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 장병 징집 및 동원과 관련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현행법상 27세 미만 연령대 남성은 강제로 징집할 수 없도록 한 것을 25세로 낮추는 법률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