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흉기난동 멋져서 자랑하려고" 10대 실형에 항소

1심 재판부 "징역 장기 6년·단기 4년 선고"
검찰도 불복해 항소

신림동 흉기난동범을 모방해 길거리에서 여중생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려 한 10대 A군이 법정에서 "살인미수죄가 멋져 보여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 정진아 부장판사는 A(16)군에게 징역 장기 6년·단기 4년을 선고했습니다. 만 19세 미만 소년범은 형을 단기와 장기로 나눠 선고하는데, 향후 교화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수감 기간이 결정됩니다.

A군은 지난해 10월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여중생 2명을 따라가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는 피해자 1명을 찌르려다가 범행을 단념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습니다.

원래 경남 창원에 살던 A군은 지난해 7월 신림동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34)의 범행 영상을 보고 이를 모방하고자 서울로 상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원래 관악구 신림동으로 가려고 했으나, 마침 눈에 띈 여중생들을 뒤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던 그는 평소 자신을 영화 '배트맨'의 악역 '조커'와 같은 실패작으로 생각했는데, 조선의 범행을 보고 멋지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또 A군은 평소 폭력성이 강한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살인미수죄가 멋지고, 나는 소년이어서 곧 풀려날 것이라 생각했다. 풀려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려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인적 드문 공원에서 낯선 남자에게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어린 피해자들이 겪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신림역 사건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잔혹한 범죄인데 이를 추종하는 것에서 나아가 행위 착수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사회에 미친 해악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의로 중지했고 피해자 중 1명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점, 아직 미성숙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검찰은 앞서 징역 장기 9년·단기 7년을 구형했으며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A군도 항소했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