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성애자와 원치 않는 성관계 후 협박 받아"…튀니지인, 난민소송 승소
입력 2024-02-07 09:45  | 수정 2024-02-07 10:12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미지.) / 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1심 판결에 불복…법원에 항소장 제출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동성애자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했다가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외국인이 한국에서 난민심사를 거부당하자 소송을 내 승소했습니다.

오늘(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2단독 최영각 판사는 튀니지 국적인 A(33)씨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최 판사는 지난해 7월 A씨의 난민 인정심사를 열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에게 명령했습니다.

최종심에서도 승소할 경우, A씨는 난민 인정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A씨는 지난해 6월 튀니지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입국심사 과정에서 A씨가 허가된 관광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A씨에게 튀니지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A씨는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며 신청서를 냈으나,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명백한 이유가 없다며 난민인정 심사를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난민법 시행령 5조에 따르면, 박해받을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에서 온 경우나 오로지 경제적 이유 등으로 난민인정을 받으려는 외국인은 심사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0월 한국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 "튀니지에서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소송에서 "술에 취해 동성애자인 남성 직장 상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한 뒤 영상이 촬영돼 상사의 가족들에게 전달됐다"며 "상사의 아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끝났다"고 호소했습니다.

A씨는 "만약 튀니지로 돌아가면 (재차)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난민으로 인정돼야 하는데도 난민심사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원은 A씨의 난민심사 신청이 명백하게 이유가 없는 경우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의 심사 불회부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 판사는 "A씨의 주장은 개인의 위협에 해당해 난민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적은 게 사실"이라며 "난민 면접을 받을 당시 진술한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A씨의 성적 지향이 사실과 다르게 공개되고 그로 인해 자국에서 박해받는다면 난민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난민인정 심사과정에서 상세하게 판단돼야 할 사항"이라 설명했습니다.

최 판사는 "일부 사실과 다른 진술도 불안정한 심리상태나 통역의 한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A씨가 난민 인정제도를 남용했다고 볼 뚜렷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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