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시절이던 2021년 늦가을에 감옥에서 썼던 자필 메모가 공개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늘(5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미공개 자필 메모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2022 대선을 반년가량 앞둔 2021년 늦가을, 박 전 대통령은 '내가 이 모든 것을 다 지고 가면 해결이 될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메모를 적어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달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메모에 "저에 대한 거짓과 오해를 걷어내고 함께했던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기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묵묵히 따랐다"면서 "하지만 2017년 10월 저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더 이상의 재판 절차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모든 역사적 멍에와 책임을 제가 지고 가는 대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 대한 관용을 부탁드린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했던 일들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맡은 바 직분에 충실하게 일한 공직자들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며 "그리고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이들마저 모든 짐을 제게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어둠의 세력들로부터 안보를 굳건히 지켜냈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국민들에게 드리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은 보람 있었다"며 "2006년 테러 이후의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서 나라에 바쳐진 것이라 생각했기에 제 일신에 대해선 어떠한 미련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며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날 진행된 북콘서트 단상에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유 변호사와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올랐습니다.
내빈으로는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 서상기 전 의원, 김재수 전 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했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