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감동의 손흥민-차두리 투샷…9년 전 눈물 씻어냈다
입력 2024-02-03 09:28  | 수정 2024-02-03 09:55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끝난 뒤 차두리 코치가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9년 전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서 연장전 끝에 패배한 한국
손흥민 "호주에 대한 복수라기보다는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오늘(3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를 상대로 2대 1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날 경기 양상은 9년 전 2015년 아시안컵 결승전과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전반 42분 호주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32·토트넘)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26·울버햄튼)이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끌고 간 연장전에서 황희찬이 따낸 프리킥을 이번엔 손흥민이 성공시키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9년 전에도 호주와의 경기에서 전반 45분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은 후반 종료 직전 극적 동점골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날도 연장전까지 경기가 이어졌지만, 연장 전반에 호주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패배했습니다.

2015년 1월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아시안컵 결승전 경기가 끝난 후 차두리가 눈물을 흘리는 손흥민을 안아주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당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얼굴을 감싸 쥐고 서럽게 울었습니다. 당시 함께 출전한 차두리(44)는 슬퍼하는 손흥민을 껴안으며 위로했습니다.

오늘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9년 전과 같이 그라운드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아쉬움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선수가 아닌 코치로서 그라운드에 함께 선 차두리는 이날도 가장 먼저 달려와 손흥민의 등을 토닥여줬습니다.

손흥민이 연장전에서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경기 최우수 선수(MOM)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이날 승리가 9년 전 패배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말에 "복수라기보다는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씩 웃었습니다.

이어 "그때는 좋은 (우승) 기회를 놓쳐서 마음이 아팠다. 그런 경기들, 경험들 덕분에 축구선수, 사람으로서 여기까지 성장했다"면서 "오늘, 꼭 그것(복수) 때문이 아니라, 팀의 목표만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연이어 연장 승부를 펼친 한국팀에게 '좀비 축구'라는 별명이 생긴 것을 두고는 "좀비 축구를 떠나 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팀이 더 단단해지고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런 경기로 인해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손흥민이 연장전에서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동료들을 향한 배려도 잊지 않았습니다.

손흥민은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많은 관심을 받는데 오늘 만큼은 벤치에서 함께 경기 못한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승리한 한국은 오는 7일 오전 0시 요르단과 결승 진출 티켓을 두고 다툴 예정입니다. 한국은 지난달 20일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만나 2-2로 비긴 바 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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