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까지 제작…범행 신고하자 도주
재판부 "처벌 전력 없다 해도 죄질 무거워"
재판부 "처벌 전력 없다 해도 죄질 무거워"
의붓딸을 미성년자일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2년 간 수천 회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계부가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는 어제(1일) 성폭력범죄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 모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 25년 부착과 아동·청소년·장애인 기관 10년 취업제한을 각각 명령했습니다.
고씨는 의붓딸인 A씨를 12세 때부터 20대 성인이 될 때까지 13년간 2090여 회에 걸쳐 성폭행 및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조사 결과 그는 부모 이혼 등으로 심한 혼란을 겪고 있던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저항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를 지속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행은 이들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뒤에도 이어졌으며, 고씨는 A씨를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뒤늦게 그루밍 성범죄임을 알아차린 피해자가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했으나, 고씨가 조사를 앞두고 한국으로 도주하면서 수사가 중단됐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체포된 고씨는 한 달 뒤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고씨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범행이 알려지면 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을 것"이라며 "범행이 무려 수천 회에 달하며 가학적 행위를 다양한 장소에서 한 점, 성인이 된 이후에도 범행을 계속한 점 등을 살피면 피고인의 파렴치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는 학대에 시달리며 성적 불쾌감과 죄책감을 느꼈고 지금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며 "피고는 신고 후 피해자 돈을 인출해 도주하고, 수사기관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등 2차 가해까지 안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비록 뒤늦게 범행을 인정하고, 이전 처벌 전력이 없다고 해도 피고인은 상당 기간 사회에서 격리돼 참회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인다"며 판시했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