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로' 탈출한 어린이대공원…"울타리·피해대책 미비했다"
입력 2024-02-02 08:15  | 수정 2024-02-02 08:17
지난해 3월 얼룩말 세로 탈출 이후 서울어린이대공원 초식동물마을 관람로가 막힌 모습 / 사진=연합뉴스
어린이대공원 초식동물마을 CCTV·임시울타리 설치 등 대책 보완

지난해 3월 얼룩말 '세로'가 탈출하는 소동을 빚은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동물 탈출을 방지할 울타리가 충분히 설치돼 있지 않았고 인근 주민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자체 매뉴얼도 미비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서울시설공단에 대해 감사 결과 공단이 관리·운영하는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울타리와 동물 탈출 피해 방지책을 보완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감사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탈출한 '세로'의 방사장 울타리 높이는 도면상 1.8m로 환경부 매뉴얼을 충족하지만, 2022년 '동물원 보유 동물 서식환경 현황조사'에서 확인한 실제 울타리 높이는 1.7m로 기준 미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초식동물마을 방사장은 관람객의 근접 관람과 미관 중심으로 목제와 전기울타리가 설치돼 있는데, 목제 울타리의 설치연도가 13년 경과해 내구성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라고 감사위는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세로의 탈출사고 CCTV를 보면 세로는 1차로 방사장 우측 울타리의 세로살을 충돌해 파손하고 2차로 방사장 우측 울타리를 월담한 후, 3차로 관람 데크 울타리 전체를 부순 채 도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기울타리는 가동 중이었으나 흥분한 얼룩말에는 효과가 없었고 2차 울타리 월담 시에는 목제 울타리가 힘 없이 기울어지는 등 방사장 울타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또 어린이대공원은 서울대공원에 비해 규모가 작아 동물이 단시간에 공원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고, 주택가가 인근에 있어 2차 피해를 유발하기 쉬운데도 경비시설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대공원 출입구 10개 중 4곳에만 경비인력과 차단시설이 있었고, 나머지 6개 문은 경비 인력이나 차단시설이 없었습니다.

또 감사위에 따르면 어린이대공원의 경계선은 총 2814m에 달하는데, 이중 900m는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고 수림대로 대신 경계를 삼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는 철제 울타리 614m와 목제 울타리 구간은 1300m였는데, 목제 울타리 높이는 모두 1.2m 이하로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뛰어넘을 수 있는 높이였습니다. 철제 울타리도 2m 이상 높이인 구간은 210m에 불과했습니다.

또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안전수칙에는 공원 외곽 등 취약지역에 대한 관람객 대피 유도 방안과 공원 인근 주민에게 동물탈출 사실을 신속하게 알릴 수 있는 재난문자 송출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매뉴얼도 미흡했습니다.

세로 탈출 당시 동물원 내 동물관리를 위해 설치된 CCTV는 총 70개이나 대부분 육식동물 위주였고, 초식동물 방사장에는 1대의 CCTV만 있다는 점도 감사위는 지적했습니다.

어린이대공원은 탈출사고 이후 초식동물마을 내실 CCTV 설치, 임시울타리 설치, 관람데크와 철제난간 교체 등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시 감사위는 "추후 동물원 방사장 울타리 실측과 공원 내 동물탈출 취약시설 조사를 통해 장단기 개선책을 마련하고 동물 탈출에 대비한 모의훈련 대상을 주의그룹까지 확대하는 등 동물탈출 안전대책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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