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망루피, 중국에서도 젊은 세대 '인기'
"중국판 짝퉁, 대처 방안 고심...행복한 고민중"
뽀로로 극장판 영화, 북미 극장에서 동시 개봉돼
"목표는 한국의 디즈니가 아냐...새 모델 구상"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가 애정하는 한류 스타가 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인 뽀로로의 친구, 분홍 비버 루피를 수정한 캐릭터인 '잔망루피'입니다."중국판 짝퉁, 대처 방안 고심...행복한 고민중"
뽀로로 극장판 영화, 북미 극장에서 동시 개봉돼
"목표는 한국의 디즈니가 아냐...새 모델 구상"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의 SNS인 샤오홍수에 잔망루피 계정을 개설한 지 7개월 만에 늘어난 팔로워 수만 440만여 명, 이렇다 보니 중국의 유명 밀크티 브랜드인 헤이티(喜茶)와 러러차, 저가 생활용품 브랜드인 미니소 등 기업들이 앞다퉈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루피가 중국에서도 인기 캐릭터가 되면서 중국에서 제작한 가짜 상품들, 이른바 '짝퉁'이 국내로도 유입된다는 점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를 기획하고 디자인한 우지희 오콘 공동 대표를 MBN이 인터뷰했습니다. 21년간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탄생 비화와 함께 수정 버젼인 잔망루피의 현재 이슈를 묻고, 향후 계획 등을 취재했습니다.
"잔망루피는 성실한 캐릭터의 '반전', 감사할 따름"
우리나라에서 지난 2020년부터 밈(meme,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퍼지는 현상)이 되어 대유행한 잔망루피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나오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2019년에 순둥하고 귀여워 보이는 캐릭터 루피를 사악하게 웃는 얼굴로 만들어 당시 한 중학생(조인승)이 앱에 업로드한 것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다양한 패러디가 나왔는데요.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끈 잔망루피의 밈 중의 하나
우 대표는 "루피는 원래 애니메이션 안에서는 가장 지루하고 특성이 없는 애였다"며 "처음 기획보다 밈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성인용' 캐릭터가 만들어진 분위기가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도 이 밈을 적용해 만들었습니다.
우 대표가 기획한 루피는 옳은 이야기만 하는 성실하고 착한 캐릭터였습니다. 루피가 자주 말하던 대사가 "얘들아 그러면 안 돼. 그만해. 그럼 나빠"와 "다같이 치우도록 하자"입니다. 그런 캐릭터의 반전이기 때문에 호응이 더 커졌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어 "의도적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루피의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가 잔망루피라고 봐주시면 된다"며 "뽀로로의 다른 캐릭터인 에디, 패티, 포비도 잔망루피와 캐릭터의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부캐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기존의 캐릭터는 유아용 가게에서, 활성화된 부캐는 키덜트(Kidult, 어른이지만 어린아이와 같이 놀이를 즐기며 생활하는 사람)를 위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게 하면서 수십년 동안 팬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콘텐츠의 확장을 꾀한다는 계획입니다.
국내 유행 콘텐츠의 전파...중국의 사회 초년생도 속 시원하다
겉으로는 온순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험한 말을 참고 있는 모습의 대명사가 된 '잔망루피'는 최근 중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유행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잔망루피의 밈
우 대표는 중국 현지에 뽀로로 마케팅 회사를 두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에 대해 중국과 일본, 태국 등이 관심 있어 하기 때문에 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열심히 삶을 살고 있는 20대가 국적과 무관하게 공감할 부분도 많은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대학생, 알바생, 또는 사회 초년생이 하고 싶은 말을 캐릭터 잔망루피가 귀엽게 해주면서 인기를 얻자 여타 브랜드가 콜라보를 먼저 제안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에서 인기가 커지자 가짜 상품인 '짝퉁'들이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까지 상당수 유통되고 있습니다. 짝퉁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캐릭터의 사진을 찍어 프린팅해 옷을 만들거나 임의로 따라 그린 것으로 인형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우 대표는 저작권과 상표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처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사랑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뽀통령' 작업, 2001년에 시작..."캐릭터마다 뛰는 속도도 달라요"
이쯤 되면 지난해에 20주년을 맞이한 '뽀롱뽀롱 뽀로로'의 창작 스토리가 궁금해집니다. 지난해 충남대 축제에서 뽀로로 주제곡인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를 학생들이 다 함께 부른 유튜브 숏츠 영상이 오늘(1일) 기준 943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성인 팬들도 많은, 21년간 아이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린 캐릭터 뽀로로, 별칭 '뽀통령'은 2001년에 밑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2003년 EBS의 첫 방송 전에 우 대표가 창업한 회사에서 3~5명의 신입 직원들이 함께 약 2년간 스케치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뽀로로 오리지널 드로잉 [사진=오콘]
처음에는 북극이 이슈가 되던 시기라 북극을 배경으로 사는 친구들을 그리는 것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펭귄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아기 같고 귀엽다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펭귄을 주인공으로 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작업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펭귄 캐릭터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레트로 감성(옛 것의 느낌)을 더했습니다. 세계 1차 대전을 모티브로 삼은 공군용 헬맷과 고글을 씌운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 대표는 '헬맷과 안경을 쓴 펭귄'이란 묘사를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제가 된 뽀로로 주제곡은 투자사인 EBS의 의뢰로 작업했는데 처음에는 음이 높아 따라 부르기가 편할지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동작 디자인'인데요. 뽀로로와 포비 등 각 캐릭터가 걷거나 뛸 때의 속도감은 세심하게 모두 다르게 설정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 경력 쌓아 유아용 캐릭터 뽀로로 만들다
뽀로로 '동작 디자인'의 노하우는 과거 경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 대표는 창업을 하기 이전에 대우전자 첨단기술연구소에 취업했습니다. 그곳에서 준비 중이던 스마트TV 사용자를 위한 VR을 연구하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했습니다.
오콘 우지희 대표가 회의하는 모습 [사진=오콘]
창업을 한 뒤에는 SBS 시사만평 '나잘란 박사'와 SBS 인기가요 댄스자키 '룰루랄라'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는 콘텐츠의 선두에 선 겁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주체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뽀로로를 만들었습니다. 우 대표는 "당시 유아용 콘텐츠는 주로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입할 때였고,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우리의 캐릭터 디자인을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무럭무럭 성장한 뽀로로와 연관이 있는 회사는 총 네 곳이 됐습니다. 오콘과 아이코닉스, 그리고 EBS와 SK브로드밴드입니다.
뽀로로 극장판 영화, 북미 동시 개봉돼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 [사진=오콘]
순수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인 뽀로로는 지난해에 북미 극장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동시 개봉되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OTT 등을 통한 디지털 개봉뿐만 아니라 북미 현지 극장도 뚫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데요.
극장판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이 우리나라 개봉일인 지난해 12월 13일에 앞선 8일부터 로스앤젤레스, 오렌지카운티, 애틀랜타, 덴버, 댈러스 등에서 개봉됐습니다.
비슷하게는 앞서 또 다른 K컬처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핑크퐁 아기상어'의 극장판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Pinkfong & Baby Shark's Space Adventure, 2021년)>가 미국 극장에서 개봉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이 비슷한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 대표는 "넷플릭스 덕분에 국경의 장벽이 없어져 K-드라마 콘텐츠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관심이 커졌지만,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들은 위상이 아직 높지 않아 극장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부딪혀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계획은 뽀로로의 더 큰 성장입니다. 이미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계정에서 저스틴 비버 또는 샘 스미스의 곡을 잔망루피를 콜라보한 작업물도 공개된 가운데, 유럽 등에서도 극장판을 개봉할 수 있게 된다면 보다 글로벌한 뽀로로가 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디보, 디즈니 관계자들 찾아온 작품"...슈퍼잭은 '건강식' 히어로
선물 공룡 디보 [사진=오콘]
오콘의 후속작 선물 공룡 '디보'는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첫 해외 박람회 때에도 디보는 부드러운 공룡 인형이라 주목을 받았으며 해외 바이어가 방문하는 등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때 주목하고 다가온 사업가들 중에는 워너브라더스와 디즈니의 관계자들도 있었습니다. 디보는 현재 전 세계 130개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디즈니 아시아에서 10년 이상 디보가 방영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슈퍼잭'은 둘째 아이를 키울 때의 우 대표의 경험이 녹아든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에게 밥을 잘 먹일 방법을 고민하던 우 대표와 회사 직원들이 몸이 건강해지는 야채를 먹으면 히어로(영웅)가 되는 콘셉트를 구상했습니다. 이 콘텐츠는 내년 말에 본격 공개됩니다.
꼬마 히어로 슈퍼잭 [사진=오콘]
오콘은 한국의 디즈니를 꿈꾸지 않습니다. 디즈니도 예전의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 대표는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이 달라졌고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새로운 모델을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테마파크(놀이공원)를 가지 않더라도 어린이 식당 자체를 테마파크처럼 짓는 식입니다.
캐릭터 산업군의 변화에 발맞춰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뽀로로를 포함한 우리 애니메이션들이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의 눈길을 계속해서 사로잡을지 주목됩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