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자행] 저출생에 뺏긴 젊음…마을이 늙어간다
입력 2024-01-30 19:00  | 수정 2024-01-31 10:19
【 앵커멘트 】
부모와 자녀가 행복한 대한민국, 부자행.
MBN이 이 '부자행'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초저출생 현상을 연중 기획으로 다룹니다.
남들 다 하는 뻔한 제안 말고 출산율을 올릴 수 있는 '진짜 해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진단부터 해봐야겠죠.
첫 순서는 박유영, 강세현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 기자 】
2024년 대한민국 인구는 5,200만 명정도입니다.

인구 피라미드가 항아리처럼 중간이 볼록한 것 보이시죠.


일해서 돈 벌고 세금 내는 생산연령인구가 10명 중 7명이어서 가운데가 두툼한 겁니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30년 뒤는 어떨까요?

인구 수 4,500만 명, IMF 외환위기로 출산을 미뤘던 1997년과 비슷한 숫자입니다.

급감 규모는 둘째 치고 그때와 비교도 안 되게 심각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어린이가 전체의 22%에서 7%, 고령자는 6%에서 41%로 '호리병' 모양이던 인구 구조가 30년 뒤엔 이렇게 '뒤집힌 호리병'이 될 걸로 예상된단 점입니다.

아이가 노인보다 4배 많던 그 시절과 달리 아이 1명당 노인은 5.5명 비율이고, 당시 생산인구 100명이 노인 9명을 지원했지만 이때는 81명을 부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들, 사실 미래까지 갈 것 없이 전국 곳곳에서 '바로 오늘' 일어나는 모습입니다.

저출생 해법을 '바로 지금' 총동원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강세현 기자가 20~30년 뒤 우리나라 인구구성비와 가장 비슷한 지역을 둘러봤습니다.

【 기자 】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저는 전북 순창군의 한 마을에 나와 있습니다.순창군은 65세 이상 주민 비율이 35%를 넘어섰는데요. 20년만 지나도 우리나라도 이런 고령 사회에 들어섭니다."

마을회관의 문을 열자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나이는 평균 75세, 가장 어린 분도 일흔을 훌쩍 넘겼습니다.

▶ 인터뷰 : 박막동 / 78세
- "젊으신 분이 많았는데 다 늙어서 이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죠 많이. 집에 한 양반씩, 두 양반 계신 집은 몇 사람 안 되고 대부분 다 혼자 계시고 그러죠."

살기 좋은 마을에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김형자 / 76세
- "지금은 살기는 좋은데 너무나 사람들이 없으니까 심심하고. 사람이 많이 있으면 좋겠는데 사람이 와야지 젊은 사람들이."

저출산은 거리의 모습도 바꿉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이 동네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은 단 2곳인데요, 과연 경로당은 얼마나 있을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주택가로 들어가자 경로당과 마을회관이 딱 붙어 있고, 200m 떨어진 곳에도 경로당이 보이고 길을 건너서 복지시설도 눈에 띕니다.

순창군의 경로당은 370개, 서울 강남구의 2배가 넘습니다.

풍경이 달라지면 경제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26년 전 박종규 씨가 문을 연 마트도 저출산의 여파가 덮쳤습니다.

20분간 지켜보니 1명 빼고 모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만 마트를 찾았습니다.

어르신이 좋아하는 간식을 들이며 흐름에 맞춰갔지만 매출은 줄었습니다.

▶ 인터뷰 : 박종규 / 마트 운영
- ""(어르신들은) 기본 생활 필수품 외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죠. 30~40% 매출 감소가 된 거 같아요. 아직은 시작에 불과해요. 갈수록 더 이런 현상은 두드러질 거 같아요."

일손도 부족해졌습니다.

박현숙 씨는 손이 많이 가는 밤 농사를 접고 부부 둘이서 할 수 있는 염소 농장으로 사업을 바꿨습니다.

▶ 인터뷰 : 박현숙 / 농장 운영
- "인부를 충분히 마을 사람들을 모셔서 해도 됐는데 몇 년 지나고 나면서 계속 그분들이 돌아가시고. 옆 마을에서 모셔오다가 또 조금 더 먼 데서 모셔오다 더 안 되니까 이제 인력센터에도 해보고."

저출산이 일으킨 파도가 전국을 덮치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박유영 기자 acceent@mbn.co.kr, 강세현 기자 acceent@mbn.co.kr]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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