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당한 후배 '2차 가해' 해경…징계 취소된 이유

해경청장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행정소송서 승소
"감찰관이 의무 위반 내용 제대로 안 알려줘…방어권 침해"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달래다가 한 발언…피해자에 사과도 했다"

성희롱 피해를 본 후배를 험담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가 2차 가해로 징계받은 해양경찰관이 해경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인천지법 행정1-2부는 해양경찰관인 A 경사가 해경청장을 상대로 낸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A 경사는 경비함정에서 근무하던 지난 2022년 1월, 동료 C 경사에게 후배인 B 순경을 험담했습니다.

당시 B 순경은 C 경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고,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였습니다.

A 경사는 C 경사에게 "(예전에)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데 (B 순경이)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고개만 돌리면 피부가 맞닿을 정도라서 깜짝 놀랐다면서 "(B 순경에게) '앞으로 나한테 50㎝ 이하로 붙지 말라'고 하면서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고도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게(붙는 행동이) 괜히 그랬던 게 아니라 내가 타깃(목표)이 될 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B 순경이 선배들을 '성희롱 신고' 타깃으로 삼기 위해 일부러 접근했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이를 두고 해경청 징계위원회는 "피해자를 험담하고 품행을 비난하는 2차 가해"라며 같은 해 3월 A 경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습니다.

A 경사는 징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고, 심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 경사는 소송에서 "감찰관은 조사 과정에서 의무 위반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감찰 규칙을 위반했다"며 "방어권을 침해해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당시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돼 감찰 조사를 받던 C 경사가 울면서 억울함을 호소하자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달래주려다 그런 말을 한 것"이라며 "B 순경에게 상처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고 이후 사과 편지도 전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A 경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해경청 감찰 규칙에 따르면 감찰관은 출석 요구를 하거나 조사하기 전에 의무 위반 내용을 대상자에게 알려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A 경사는 고충 심의위원회에 참석해서야 자신의 비위 내용을 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해경청은 A 경사가 자신의 비위 내용을 알고 부인한 것처럼 감찰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징계위에 제출했다"며 "A 경사가 징계위에서 한 차례 변론 기회를 가졌다고 해도 방어권을 정당하게 보장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A 경사에게 적용한 견책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해경청에 명령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