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스카가 바비를 푸대접했다"…美 아카데미 성차별 논란
입력 2024-01-26 10:30  | 수정 2024-01-26 10:38
영화 '바비'의 한 장면. / 사진=워너브라더스
바비, 아카데미서 여우주연상·감독상 후보서 제외
한편 "후보 오르지 못한 유색인종 배우도 주목해야" 반박도

올해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시상식에서 페미니즘을 담은 영화 '바비'가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되지 않은 것을 두고 미국에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바비'는 현지 시각 23일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후보 명단에서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등 8개 부문에 올랐지만, 그레타 거윅 감독과 주연 마고 로비는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되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들은 "놀라운 이변"이라 전하며 "오스카가 '바비'를 푸대접했다"고 평했습니다. 특히 CNN은 "거윅과 로비가 각각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부문에서 충격적인 무시를 당했다"며 "반면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라이언 고슬링은 바비의 '켄' 역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슬링도 관련 성명을 내 "바비 없이는 켄도 없고, 그레타 거윅과 마고 로비 없이 영화 바비가 있을 수 없다"며 "그들이 각 부문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양자경도 NBC '투데이쇼'에서 "(바비는) 분명히 가장 성공적이고 사랑받은 영화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영화의 여성 감독과 주연 여배우를 후보에서 제외한 것이 '성차별'이라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작가 샬럿 클라이머는 X(엑스, 옛 트위터)에서 "아카데미는 가부장적 구조에서 소외된 여성들에 대한 영화인 바비를 작품상 후보에 올렸지만, 영화를 연출한 여성은 수상 후보에 올리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소셜가 브래드 멜처도 소셜미디어에 "바비가 아니라 켄을 후보에 올린 것은 영화 속 줄거리와 똑같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이번 일을 성차별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시상은 주관적이고,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이 시상식 투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영화매체 할리우드리포터의 수석 편집자 레베카 선은 25일 칼럼에서 "바비가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단순히 성차별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며 "이것을 여성 혐오라고 지적하는 것은 또 다른 감독상 후보인 여성감독 쥐스틴 트리에의 업적을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오스카는 전통적으로 진지함 쪽에 무게를 둬 왔고, 코미디는 더 노골적으로 비트는 것을 좋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사람들이 백인 여성이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만을 집착하고 있다며 '백인 페미니즘'의 한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에 원주민 출신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속 배우 그레타 리(오른쪽) / 사진= CJ ENM 제공

그러면서 아쉽게 연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페스트 라이브즈'의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그는 "리의 미묘한 이중언어(한국어·영어) 연기가 일부 투표자들에게는 너무 미묘하고 조용하게 느껴진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선은 "리가 인생 절반을 배우로 살아왔음에도 주연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유색인종 배우들이 기회가 거의 없었고, 그런 무시가 주는 타격은 수상 후보 제외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레타 리는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지명되지 못했습니다.

또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한국계 셀린 송 감독 역시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감독상 후보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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