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배민에 내는 광고비만 매달 400만 원"…정작 배달은 늦다?
입력 2024-01-23 19:00  | 수정 2024-01-23 19:45
【 앵커멘트 】
배달의민족이 소상공인에게 주문 취소 책임을 전가하는 문제를 사회부 배준우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조리 대기 시스템이라는 게 낯선데요. 이게 배달의민족에만 있는 건가요?

【 기자 】
네, 조리 대기라는 시스템은 배달의민족의 한집배달과 알뜰배달을 제공하는 배민원 서비스에만 있습니다.

배민원 서비스는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점주가 조리 시간을 5분에서 최대 30분까지 입력하는데요.

점주가 조리 시간을 5분이나 10분으로 짧게 입력하면 배달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20분은 걸리니까 그동안 만들어둔 음식이 식잖아요.

그래서 통상 10분 정도 기다리다 조리를 하도록 하는 게 원래 취지의 '조리 대기'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리거나 오늘처럼 추운 날엔 배달 기사들은 줄어드는데 주문량은 오히려 늘어 배차가 잘 안 되거든요.

그럴 때 배민 측이 주문 시스템을 바꿔서 배달기사가 잡힐 때까지 1~2시간이 지나더라도 음식을 만들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는 겁니다.


【 질문 2 】
언뜻 들었을 땐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악천후에 배달기사가 부족하니 음식을 만들어놨다가 배차가 안 돼 손해 보지 말고 배차가 된 뒤에 만들라는 거 아닌가요?

【 기자 】
네, 배민 측은 배달기사가 안 잡혔는데 음식을 미리 만들어둔 점주들에게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날씨가 안 좋으면 배달기사들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고, 배달이 늦어져 고객이 주문을 취소하면 배민이 음식값에서 받아가는 수수료도 없으니 책임이 없다는 거죠.

하지만 취재해보니 실상은 달랐습니다.

일단 배민원은 가게가 상단에 자주 노출되도록 하는 우리동네클릭이란 광고가 있거든요.

이용자가 클릭만 해도 건당 600원이 점주들로부터 나가는데, 가게에선 경쟁을 위해 이 광고료만 한 달에 4백만 원을 쓰는 경우도 있어 배차를 해줄 책임이 있다는 거죠.

▶ 인터뷰(☎) : 한식배달업체 점주
- "처음 시작했을 땐 한 달에 400만 원 썼거든요. 광고료만, 우리동네클릭만. 돈을 계속 쓰고 있는데 자기들이 배차해야 될 책임이 있는데 배차를 안 하는 거죠."

【 질문 3 】
점주들이 억울한 건 알겠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도 배달이 늦으면 피해를 보는 거 아닌가요. 배달비도 더 많이 낸다면서요.

【 기자 】
네, 특히 배민원 한집배달은 음식 여러 개를 배달하는 게 아니라 한집씩 빠르게 배달한다고 안내하고 배달료도 더 비쌉니다.

그만큼 예상 배달시간도 한집 배달이 경쟁사나 일반 배민 서비스보다 짧은 편이고요.

하지만 실제론 궂은 날씨에 배달기사 배차가 잘 안 되고 조리 대기로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소비자도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배달의민족 배민원 이용자
- "눈이 오는 상황에 주문을 하긴 했지만 배달 시간이 한 2시간 정도 지연되는 바람에 해당 음식을 찾으려고 제가 직접 가게까지 방문…."

【 질문 4 】
악천후에 배달기사가 안 잡히는 건 다들 비슷하지 않나요? 배민원만 유독 문제인 이유는 뭐죠?

【 기자 】
일단 배달의민족이 업계 1위라 주문량 자체가 많고요.

배민원은 배달대행업체가 아닌 프리랜서 배달기사들로 운영되다보니 수급 불균형이 심합니다.

여기에 배민 측이 악천후에 1000원의 배달료를 더 주는 기상할증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가게 도착 후 주문 취소에 대해서도 취소 수수료를 전액에서 1500원으로 삭감해 배달기사들이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요.

배민 측은 배민원 주문 일부를 배달대행업체에 맡겨 배달기사 수급 불균형 문제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 앵커멘트 】
잘못된 서비스로 점주도 배달기사도 소비자도 고통받는 상황이 빨리 개선돼야겠습니다. 배준우 기자였습니다.

[ wook21@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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