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전문가 10인에 묻다 “전면전 가능성 낮아…국지전은 우려” [긴급진단]
입력 2024-01-18 09:51  | 수정 2024-01-18 11:0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4.1.16
한반도 긴장 고조에 북한 전문가 10인 긴급 설문
"우발적 충돌·국지전 가능성 우려"
"문제 푸는 건 외교…기존 제재 이외에 추가 트랙 가동해야"
한반도 긴장 고조…"북한 전쟁 결심" 분석까지


북한의 ‘말 폭탄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부터 대한민국이 주적이며, 통일은 없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습니다. 말 뿐이 아니죠.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 5개월 만에 대륙간탄도 미사일, ICBM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1월 5일에는 북한이 남측을 향해 해안포 200발을 사격했고, 우리 군은 400발을 대응사격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는 극초음속 고체연료 IR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자평했습니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는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 불을 지핀 건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습니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섬뜩한 경고를 한 겁니다.

웬만한 북한 도발에 꿈쩍하지 않아 '안보 불감증' 아니냐고 지적을 받는 한국 사회지만 '혹시나' 하는 염려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MBN 외교안보팀은 북한 전문가 10인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긴급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질문 1. 한국-북한 전면전 가능성은?

전문가들 중 한국과 북한 사이의 전면전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습니다. 의견을 거칠게 요약하면 10명 중 8명 정도는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한 마디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2010년 이후에 연평도 천안함 사건 이후에 한미가 철저하게 국지도발 공동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이것을 잘 알기 때문에 선택지가 크지 않다라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매우 호전적인 말 폭탄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북한이 윤석열 정부를 지켜봤는데 타협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구조잖아요. 그러니까 일단은 각을 세우겠다는 입장인 것 같고. 더 큰 목표는 미국 대선 이후에 트럼프가 된다면 바이든도 마찬가지지만 새롭게 주도권을 쥐고 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물론 '강대강 대치' 속에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그동안 핵 공포의 균형 등으로 인해서 (상호) 견제가 가능했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전쟁이 가능해진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도 그렇고 이스라엘-하마스도 그렇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전면전의 위험성과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 2. 우발적 충돌·국지전 가능성은?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반대로. 우발적인 충돌 또는 국지전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가 우려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초기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많은 군수 지원을 했지만, 최근에는 미 의회가 거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서 북한은 지금이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적기라고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오해 오판 오인에 의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남북한도 이 우발적 충돌을 어떻게 막느냐 여기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원 홍천군에서 열린 육군 11사단 혹한기 결전태세 확립 훈련에서 K-21 장갑차 등 장비들이 기동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1.18

전면전을 의도하진 않지만 국지전이 확대될 여지는 충분하단 견해도 많았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한반도는 전쟁이 잠시 중단된 정전체제이고 155마일을 경계로 최첨단 무기들이 서로를 겨누고 있습니다. 특히 적대관계의 최정점에 남북 양 정상이 우뚝 서서 정권 종말 초토화 운운하고 있고, 또 양측의 군대도 힘을 보여주기 위해 훈련과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무력 충돌이 확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질문 3. 미국발 전쟁 우려에 대한 견해는?

칼린 연구원과 해커 박사의 기고문 [38노스]

앞서 언급했듯 현재 긴장 국면에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미국발 분석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분석에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칼린 연구원은 미국내 대표적인 유화론자로서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를 계속적으로 주장을 했는데 이것이 좌절된 것에 대한 굉장히 지극히 감성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의 말과 행동의 수위가 굉장히 높다는 우려는 받아들여야 됩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두 사람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전문가들이에요 그래서 북한의 의도라든가 이런 것을 미국에 있는 전문가 중에서는 비교적 내재적으로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봐야 돼요.”


전직 고위 관계자는 칼린 연구원과 해커 박사의 기고문이 국내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고 이를 통해 위기감이 고조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면전 가능성 낮아…국지전 발생 우려”

종합해보면 전문가들의 의견은 '현재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 사이에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우발적인 충돌이나 국지전이 발발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에게 한국 정부의 향후 스탠스에 대해 물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상황이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좀 더 차분하게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우리 정부가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위원
제재도 유지하고 국제사회의 공조는 계속 유지해야 되는데 그것이 모든 것의 솔루션이 될 수는 없어요. 실제 문제를 푸는 건 외교가 해야 되는 거예요. 기존의 태세는 유지하되 외교적 트랙을 하나 가동을 더 시켜야 되는 거죠.”


취재 중 만난 여러 당국자는 언론에서 북한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일견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의 '말 폭탄' 한 마디 한 마디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 양욱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 |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위원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권용범 기자 dragontiger@mbn.co.kr, 강재묵 기자 mook@mk.co.kr, 김세희 기자 saay@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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