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쇼츠·릴스 늪에 빠진 MZ세대...'이것' 때문에 우울증 생길 수도
입력 2024-01-14 15:58  | 수정 2024-01-14 16:07
스마트폰 사용 / 사진 = 연합뉴스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과 파밍 합친 신조어 '도파밍' 확산

직장인 김모 씨(33)는 최근 '루틴'(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하나 생겼습니다. 퇴근할 때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고, 다음 날 출근할 때 다시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는 본인도 모르게 이뤄지는 '도파밍'에서 벗어나기 위한 특단의 조치입니다.

김 씨는 "낮에는 업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검색해야 하니 출근할 때 설치하고, 집에서는 보지 않기 위해 퇴근 때 삭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도파밍은 쾌락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수집한다는 뜻의 영문자 '파밍(Farming)'을 합친 신조어입니다. 도파민은 이전보다 강한 자극 또는 기존의 패턴과 다른 새로운 자극이 들어올 때 더 많이 분비됩니다.

김 씨는 퇴근 후 집에서 쉬던 중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1시간 이상 보다가 '도파밍'이라는 단어의 실체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는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다양한 영상과 글을 금방 볼 수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씻는 것도 잊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하던 게 '도파밍'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도파밍'을 올해 주요 열쇠말로 다뤘습니다.

실제로 'MZ세대'(1980년대~2000년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도파밍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과도한 도파밍은 우울증 같은 신경정신 질환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인스타그램 검색 탭 / 사진 = 연합뉴스

대표적인 도파밍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 짧은 영상을 포함한 '숏폼'(길이가 짧은 콘텐츠)을 찾는 행위입니다. 분량이 짧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영상이 줄지어 재상돼 시청하는 식입니다.

짧은 시간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는 만큼, 도파민이 다량 생성되기 때문에 한번 숏폼을 보기 시작하면 좀처럼 끊어내기가 어렵습니다.

또 TV를 보면서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멀티태스킹'도 새로운 자극이 더해진다는 점에서 도파밍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파밍이 '중독' 현상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파민 중독'에 대한 의학적 정의는 존재하진 않지만, 계속해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는 만큼 중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준수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이라는 건 계속 갈구한다는 의미인데, 도파민이 분비되면 전에 느꼈던 쾌락을 다시 얻으려 한다"며 "유튜브 쇼츠에 빠지는 것도 짧은 시간에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도파민은 설탕 등 음식을 섭취했을 때도 분비됩니다. 단 음식을 먹는 행위도 일종의 도파밍인 셈입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인 이모 씨(33)는 "탕후루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정도로 중독 상태"라며 "과일을 보면 전부 탕후루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호기심이 드는데, 조만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중독 현상이 그렇듯 도파민도 장기간 지속하면 좋지 않습니다. 도파민이 과하게 분비되면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신경정신 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집중력이 저하되거나 기억력 감퇴 현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금선 삼육대 대학원 중독과학과 교수는 "우리 몸에는 내성이 있어, 한 번 자극을 느끼면 다음에 더 큰 자극을 원한다"며 "도파민을 계속해서 많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데 그 결과 뇌세포가 죽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예컨대 전날 게임을 10시간 했다면 그다음 날에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식으로 '디톡스(해독)'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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