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보M] "진급 눈치" "대체자 없어"…아빠 육아휴직 '그림의 떡'
입력 2024-01-12 19:00  | 수정 2024-01-16 18:17
【 앵커멘트 】
저출산 대응 예산은 2006년 2조 원에서 2022년 51조 원까지 늘렸지만, 전 세계 최하위인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이제 0.6명대가 될 거라고 하죠.

아무래도 아기를 볼 사람이 없는게 가장 큰 걸림돌일텐데, 그래서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1년이던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올해부터 1년 6개월로 늘어나고, 휴직급여 상한액도 150만 원에서 최저임금수준인 206만 원으로 높아집니다.

부부가 함께 휴직하는 경우 3개월간 최대 300만 원까지 지급하는 특례기간도 6개월로 늘리고 금액도 최대 450만 원까지 인상됐습니다.

그런데 아빠들은 "육아휴직은 눈치 보여 쓰지도 못 하는데, 제도가 좋아지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하소연합니다.

백길종 기자가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 기자 】
한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A 씨는 얼마 전 황당한 공지를 접했습니다.


사내 육아 지원 제도가 새로 생겼는데, 여성들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려면 눈치를 봐야 하는 사내 분위기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합니다.

▶ 인터뷰 : A 씨 / 대기업 계열사 재직
- "(전체 직원 중) 남자가 90%는 되는데 여성 한정 제도로 생색내는 거 같고요. 실제로 '남자가 웬 육아휴직이냐'는 말 많이 듣고요…진급 막힐 거란 생각에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중소기업에 비해 여건이 좋은 대기업도 대체근무자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 눈치 보기는 마찬가지인 겁니다.

▶ 인터뷰 : B 씨 / 대기업 재직
-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 너네 와이프 있잖아. 와이프가 애 안 봐?' 이런 식으로 바로…휴직을 쓰더라도 대체자가 오는 경우가 절대 없어서 주변 동료들에게 눈치가…."

사업주는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마친 뒤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합니다.

▶ 스탠딩 : 백길종 / 기자
- "하지만 남들은 휴직하지 않는데 홀로 휴직한다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작년 기준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70%였지만, 아빠들의 사용률은 6.8%에 불과했습니다. 육아휴직을 의무화하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육아휴직 의무화의 걸림돌은 역시 재원입니다.

우리나라 가족지원 예산은 GDP 대비 1.56%로 OECD 평균인 2.29%보다 낮습니다.

특히 아동수당과 육아휴직급여 등 현금 지급은 OECD 평균의 30% 수준에 불과합니다.

▶ 인터뷰(☎) : 최슬기 /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출산 휴가도 그렇고 육아휴직도 그렇고 다 고용보험에 연계돼 있거든요. 고용보험이 지금 여유가 없는 상태고…저는 예산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봐요."

국가의 미래마저 위협하고 있는 낮은 출산율 문제, 직장 안에서의 육아 분위기 개선은 물론 정부의 좀더 세심한 뒷받침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뉴스 백길종입니다. [100road@mbn.co.kr]

영상취재 : 김현우 기자, 김민승VJ, 신성호 VJ
영상편집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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